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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땜질' 교수 내세운 '인문학 부흥'의 현실

최종수정 2014.10.16 12:00 기사입력 2014.10.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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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인문한국)지원사업…시간강사-교수 사이 '비정규직' 신분 하나 추가돼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21세기 지식기반 시대의 근간이 되는 인문학의 잠재력을 구현한다는 취지로 교육당국이 추진 중인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HK)지원사업'이 가뜩이나 대학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통폐합 등으로 인해 위축돼 있는 인문학박사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인문학 연구 거점을 확립해 대학 내 전임교수의 유형을 다양화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HK교수 또는 HK연구교수' 제도가 시간강사와 교수 사이에 '비정규직' 신분 하나를 더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문학 박사학위 취득자들 사이에서 '허울만 좋은 교수직이 늘어나, 대학들이 전임교원 채용을 교묘하게 피하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HK사업은 각 대학 인문학 연구소 내에 전임교수 제도를 도입해 인문학 박사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연구소 중심의 인문학 연구 체제를 세우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학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HK교수를 1~2년 단위로 계약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타 대학 HK교수를 채용하는 등 학교 운영의 '효율성' 위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서모(32)씨는 "지방 이곳저곳에서 시간강사로 뛰는 것보다 서울의 이름 있는 대학에서 연 단위로 계약하는 HK교수가 상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하는 지원자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결국 또 다른 수식어로 치장한 '비정규 교수'직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HK사업에 선정된 학교는 HK교수들에게 강의를 분담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연구 성과를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 학교 입장에서는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사업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새로 생겨난 임용제도가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부작용은 교육부가 각 대학의 '전임교원 비율'을 파악하는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비정년트랙(계약직) 교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0년 1848명이던 계약직 교수는 2013년 3753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전임교수 가운데 계약직 교수의 비율 또한 같은 기간 9.1%에서 14.7%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처럼 비정년트랙 교원이 대학가에 확산된 이유는 교육부가 이를 전임교원으로 인정해 해당 대학의 전임교원확보율에 포함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전임교원확보율은 대학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각 대학은 구조조정을 피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이비율을 높이는 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교육당국은 제도의 허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기업화'된 대학들은 교육적 비전에 걸맞은 교원을 채용하기보다는 '효율성'만을 추구해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인문학 교육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수도권 모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교수로 일한 적이 있는 A씨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연구가 아닌 '제도'에 예민해지고 이에 시달리는 일이 늘고 있다"며 "소위 '돈이 안된다'고 홀대받는 인문학 분야를 이런 식으로 과연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자 도입된 제도마저 새로운 고용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교육부가 비정년트랙 교수를 전임교원확보율에 반영하지 않으면 대학들도 앞에 새 명칭만 붙은 또 다른 비정년트랙 교수직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7월 발표한 '국내 인문·사회계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의 고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국내 신규 인문·사회계열 박사학위 취득자 924명 중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비율이 57.9%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의 일자리 유형을 살펴보면 특히 인문계열의 경우 전업 시간강사 비율이 84.4%에 이르렀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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