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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위기 한국 조선업, 초심 회복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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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현대중공업을 맡아라." 1982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서른 살에 불과한 여섯 째 아들 몽준씨(현 대주주)에게 현대중공업을 맡긴다.

정 회장이 몽준씨에게 현대중공업을 맡긴 이유는 아들이 쓴 '기업경영이념'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니가 쓴 논문 다 읽어봤다. 니 말이 다 옳다. 기업은 지 혼자 저절로 크는 게 아니다. 기업하는 사람은 처음 물건 팔릴 때의 고마움을 잊으면 안 된다. 이참에 중공업에 가서 네 뜻을 한번 펼쳐보거라"고 당부했다.

정몽준 대주주는 30세의 나이로 현대중공업 사장에 올랐다. 그는 에세이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그때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만 하던 후보선수가 하루아침에 주전이 돼 마운드에 선 기분이었다. 다행히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노련한 간부들이 나를 도와줬다. 나는 옛날 이야기 듣듯이 조선소의 모든 것을 들었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세계 조선업계 2위였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조선업계 순위도 2위였다.

정 사장이 '현대중공업호'을 맡은 지 1년 후 현대중공업은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조선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창립 10년 만에 급성장 신화를 이룩하면서 한국인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이렇듯 현대중공업의 역사는 곧 한국 조선업의 역사다. 동시에 '흥망성쇠(興亡盛衰)'의 괘와 같이한다.

한국 조선업 호황에는 항상 현대중공업의 웃음이 있었고, 불황에는 현대중공업의 눈물이 있었다.

물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다른 조선업체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한국이 글로벌 조선업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에 현대중공업이 서 있어서 이 같은 업적이 가능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1973년 정 회장이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울산 백사장에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건설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조선업은 연간 건조량이 50만G/t(총t수), 세계 시장점유율 1%도 못 미치는 영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10년간 한국 조선업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1983년 말 기준 대형 조선업체 4사, 중형 조선업체 7사, 소형 조선업체 223사와 대형 수리전문 조선소 2개사, 중소형 수리전문 조선소가 234개에 달했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한국 조선업은 위기다. 이미 부동의 1위 자리는 중국에 위협당한 지 오래다. 심지어 지난달 글로벌 조선업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에 밀려 3위로 주저앉았다.

그 사이 현대중공업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였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260명에 달하는 임원진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9년간 무파업을 이어왔던 노동조합도 20년 만의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지난 2분기 1조원대 영업손실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다른 조선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중공업은 적자 누적으로 그룹 내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산업은행 지붕 아래 놓였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 조선업도, 현대중공업도 과거 명성만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울산 백사장에 조선소를 지었던 도전정신을 기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른 사업 분야에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쓸데없는 투자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 1위 조선 강국에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인 과감한 수주와 연구개발 노력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 한국조선업의 부활은 거기에 달려 있다.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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