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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진퇴양난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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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돈 찍어주던 한은, 금리 중심 잡을지…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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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잔액 13조, 환란이후 최대…정부 비밀곳간 과다하게 열어준셈
내일 금통위, 금리 내리면 독립성 논란…동결해도 비난 불가피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구채은 기자] 경기부양 문제를 놓고 한국은행이 또다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해야 할 일을 중앙은행에 떠넘기며 발권력을 동원한 '돈풀기'가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의욕적인 경기진작책에 맞춰 기준금리를 인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지만, 가계부채와 내외금리차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발권력 남용 논란 =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금을 대폭 늘리고 있는 점에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욕적인 경기진작책에 맞춰 중앙은행의 준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이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9월말 기준 한국은행의 대출잔액은 13조3625억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한은의 대출금은 1월 8조9534억원에서 2월 9조2289억원으로 늘었고 3월에는 12조3882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4∼7월에는 12조원대 위에서 우상향곡선을 그리다 8월 13조원을 돌파했고 9월에는 이보다 2054억 많은 13조62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절대규모 확대도 우려스럽지만 이 자금이 제대로 집행되는 지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이미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엉뚱한 곳에 낭비돼 국감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융중개지원대출 규정 위반 등으로 제재를 받은 은행들의 대출한도 감축액은 올 1∼6월 일평균 3705억3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944억5000만원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발권력 동원 대출은 절대수치보다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면서 "필요한 자금이 있는데 정보비대칭이나 시장실패 때문에 유동성이 있는 곳에 한은 대출금이 들어가면 좋겠지만 엉뚱한 곳에 무분별하게 한은의 돈이 들어가게 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수가 부족한 정부가 한은의 발권력을 너무 쉽게 동원한다는 것도 큰 논란거리다. 공적자금 투입의 경우 국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발권력 동원에는 이런 절차가 따로 없이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만으로 가능하다. 발권력이 과다 사용돼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 장기적으로는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등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한은은 시중의 유동성이 넘치게 되면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그만큼 통화를 흡수하려 하지만 그 이자는 부담해야 하고 통화안정증권도 국가 경제의 부채가 될 수가 있다. 9월말 현재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180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5% 증가했다. 이 때문에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한국은행의 발권력이 기획재정부의 비밀 곳간처럼 쓰이고 있다"면서 "한은이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사면초가 =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기준금리 결정일을 앞두고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가장 먼저 독립성 훼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경환 부총리의 '척 하면 척' 발언을 비롯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정부의 의사 표현이 수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이 최근 부진했던 국내 경제지표 등에 따라 금리 인하 필요성에 공감해 내린 결정일지라도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추가 인하 조치를 취한 모양새가 된다. 게다가 서민 가계부채의 증가와 질적 악화 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비난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미약한 경기 회복세, 저물가, 엔화 약세 등을 이유로 한은이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8월 인하 효과만을 기다리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경기 인식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대내외 경제 불안 요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정책 공조에 나서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디플레이션 우려도 가중시킬 수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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