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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덕수궁 석조전 개방…'자주독립 국가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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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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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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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관파천 등 근현대사 영욕의 현장
-설계도면 신문자료등 기초로 고증
-홈페이지 관람신청 받아 무료 개방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덕수궁 석조전(사적 제 124호)이 지난 5년간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대한제국역사관'으로 13일 새롭게 개방됐다. 117년 전 이날은 고종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 즉위를 선포한 날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약 141억원의 사입비가 투입된 '석조전 복원'은 대한제국의 위상과 자주 근대화를 모색했던 고종의 의지를 되살리는 데 의의가 있다. 복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안창모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교수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제국이 마치 조선의 부록처럼 여겨지는 분위기였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식민사관의 영향이 크다"며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서구가 세계질서를 주도하면서 '서양식 건축 짓기'가 서양의 국가 모델 추구로 받아들여지던 상황에서 고종은 우리도 그러한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있음을 석조전으로 보여주며 청나라 속국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자주 독립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석조전은 덕수궁에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1898년 영국인 하딩에 의해 설계됐으며 1900년부터 1910년까지 10년간의 공사기간 끝에 완공됐다. 원래 고종의 처소와 사무공간으로 건립했지만 주로 고종의 일곱째 아들 영친왕이 기거했으며 고종은 1919년 1월 승하할 때까지 집무실과 알현실로만 사용했다. 이후 석조전은 일제강점기엔 이왕가미술관으로 변형됐고 해방 이후 미·소공동위원회 회의 장소로 사용되는 등 근대사의 애환이 서린 역사의 현장이었다. 한국전쟁 이후엔 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궁중유물전시관 등으로 사용돼 왔다.
석조전이 들어서 있는 덕수궁 또한 조선 말과 대한제국의 영욕이 어린 곳이다. 경복궁에서 을미사변으로 아내(민비)를 잃은 고종이 1896년 아관파천 후 이듬해에 경복궁 대신 이곳으로 환궁하면서 사실상 새 궁전이 됐다. 원래 경운궁이라는 이름이었지만 고종이 1907년 순종에게 양위한 뒤 순종이 창덕궁으로 왕궁을 옮겼고 그 후 고종의 장수를 비는 뜻으로 이름을 바꿨다.
 
석조전 외관

석조전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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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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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사진으로 남아있는 중앙홀의 영친왕.

1911년 사진으로 남아있는 중앙홀의 영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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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석조전은 건립 당시의 설계도면과 옛 고증사진, 신문자료 그리고 영국과 일본 등의 석조전 자료들로 고증된 사실에 기초해 복원된 모습이다. 연면적 4122㎡, 총 3층 규모의 이 건축물은 대한제국 황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재현실과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지상 계단을 올라 1층 내부로 들어가 보면 중앙홀과 접견실, 귀빈대기실, 식당 등이 있다. 기둥과 벽체엔 서양식 아칸서스잎 모양이 두드러지게 새겨져 있고 대한제국 문장인 황금이화문(오얏꽃 무늬)도 볼 수 있다. 같은 층에 마련된 전시실은 대한제국의 선포, 황제 접견의례, 외교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다. 2층엔 황금빛 황제 침실과 자줏빛 황후 침실이 화려한 모습을 뽐내며 마주하고 있고 황제의 서재와 거실 등이 이어져 있다. 또한 황실의 가계와 영친왕과 영친왕비 등 황실 관련 역사들을 사진과 글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각 층마다 수입산 대리석 바닥에 기하학적 무늬들이 돋보인다. 벽난로와 전등, 가구, 식기, 침구류 등도 서양 왕족들의 생활을 모방한 당시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고증사진이 없어 복원을 할 수 없었던 지상층은 학예실과 전시실 등으로 구성됐다.

석조전에는 지붕과 하부 바닥구조물에 일부 철골조가 들어가 있다. 또한 유럽의 건축에선 보기 드물게 1, 2층 전면 양측에 발코니가 있다. 안 교수는 "1907년 뚝섬정수장에서도 사각형 철근이 일부 사용됐듯이 서양 근대기 건축양식인 초기 철골을 석조전 건립 당시 사용한 것"이라며 "발코니는 영국과 프랑스가 동남아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고온다습한 기후 풍토에 적용한 예인데 이것이 한국에도 도입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대한제국역사관 관람 신청은 덕수궁 누리집(www.deoksugung.go.kr)에서 가능하다. 이번 복원·개관을 기념해 당분간 임시로 무료개방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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