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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전환기 주택정책, 어디로 가야하나

최종수정 2014.10.10 11:17 기사입력 2014.10.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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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대 한국감정원장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수도권 주택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언론을 통해 알 수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견본주택이 붐비고, 재건축 시장이 다시 살아난다고 한다. 최근 주택시장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60% 이상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작년 초까지의 분위기를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일본처럼 장기침체로 갈 것이 분명하다며 '집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고 하루 빨리 금융자산으로 갈아타야한다'는 등의 비관론에 매몰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심스럽게 중소형 주택 매입을 권유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자 "정부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등 또다시 백가쟁명식의 정책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주택공급은 택지준비와 건축기간으로 인해 탄력성이 낮고 시장 적응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수요공급 분석의 기반 위에서 서민 주거안정과 수급안정을 위해 시장상황에 맞는 정책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필자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세 가지 오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주택시장은 일본과 다르며 주택의 수급이나 인구구조, 금융여건 등의 측면에서 앞으로 최소한 20년 이상은 일본을 따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통상 선진국 진입 시 인구 1000명당 주택수 440채 정도를 완전공급으로 보는데, 일본은 전국이 460채, 도쿄권이 540채인 반면 우리나라는 전국 360채, 수도권은 350채에 불과하다. 인구도 일본은 이미 2008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 인구는 2030년까지, 가구는 2040년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앞으로 10여년간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에코세대가 본격적으로 주택시장에 진입하게 되므로 새로운 붐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좋은 제도이며 급작스러운 월세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세는 그동안 신혼가정이 월세에서 전세, 그리고 내 집으로 상향 이동하는데 매우 좋은 선순환 사다리 기능을 해왔다. 이론상으로 전세금은 주택의 유지관리비, 감가상각비, 제세공과를 더해 집값의 110% 정도를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세는 집값 급등기에는 집값의 50% 내외, 안정기에는 70% 내외에 불과해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다. 그러나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이 주택구입자금의 융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으로 투자비용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용된 제도이고, 집값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눠 가지는 소득재분배 수단으로도 작용해 왔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선분양은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공급의 탄력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다. 집값이 오를 때 일단 선분양을 하면 급증하는 수요 흡수가 가능한데, 준공 이후 분양하면 평균 3년 정도의 아파트 건축 기간 동안 공급 없이 집값 오르는 것을 손 놓고 마냥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집값 급등기에 공급 확대 없는 투기억제 정책은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정책에서 이미 경험한 일이다. 선분양 이후 분양회사가 부도날 경우가 문제가 되지만, 분양보증 제도가 확실히 정착돼 있기 때문에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맞지 않다.

이제 주택시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정책 당국자들이 세론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있게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주택시장을 잘 관리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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