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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의궤 반환협상 비화 담은 책 펴낸 박흥신 전 주프랑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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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외규장각 도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프랑스와 한국 간에 영원한 가시로 남을 것이라는 논리로 프랑스 측을 설득했습니다"

박흥신 전 주 프랑스 대사

박흥신 전 주 프랑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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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있던 외규장각 의궤(왕실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정리한 책)가 국내로 반환되는 협상 과정 등을 담은 책 '외규장각 의궤의 귀한'을 펴낸 박흥신(60) 전 주 프랑스 대사는 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사는 이 책에서 2009년12월 프랑스 대사로 부임하면서 오랜 시간 공백기를 맞은 반환 협상에 재시동을 건 순간부터 외규장각 의궤의 역사적인 귀환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을 위해 우리 정부는 1991년부터 20년 간 협상을 벌였다. 1993년 고속철 수주를 위해 방한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휘경원 원소도감' 상하 두 권을 가져와 한 권을 한국에 반환하면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은 급물살을 타는 듯해지만 이후 주춤했다. 박 전 대사가 부임하면서 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1년 반 정도 뒤인 2010년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5년 단위 영구임대에 합의해 145년 만인 2011년 3~5월 4차례에 걸쳐 297책이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박 전 대사는 "한 방송국의 프로그램에서 외규장각 도서가 역사 문제로 나오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면서 "프랑스 측 인사들에게 '의궤 문제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도 가르치는 것이다. 덮어놓고 모른 체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규장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테제베(프랑스 고속철)는 없다"고 설득해 프랑스 재계 인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박 전 대사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2010년 11월 방한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대가 없이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하겠다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우리 문화재청이 차관회의에서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본부에서 재교섭하라는 훈령이 떨어졌고 프랑스 대통령실을 통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알렸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노발대발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영구 반환이 아닌, '대여' 형식의 반환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전 대사는 "프랑스 법률상 문화재 양도는 불가능했다"면서 "(대여가 싫으면) 프랑스 법을 바꾸든지 무력으로 탈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위기는 대여 방식을 수용해야 한다는 외교부 입장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받아들이면서 넘겼다. 박 전 대사는 "내교(內交)가 외교보다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박 전 대사는 "외규장 의궤의 귀한과 책발간은 1975년 외규장각 도서를 발굴해낸 고 박병선 박사와 협상에 도움을 준 자크 랑 의원, 뱅상 베르제 파리 7대학 총장 등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공을 그들에게 돌리는 일도 잊지 않았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박 전 대사는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주 핀란드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률 회사의 고문으로 프랑스 재계인사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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