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에서 기업들이 지난해 말 현재 비축해 놓은 현금 잔고는 총 1조유로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만 해도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7000억유로에 불과했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현금 비축을 계속 늘리는 이유가 뭘까.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가레스 윌리엄스 기업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현금 잔고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은 다시 금융, 경제 상황이 나빠질 때 은행들이 유동성 공급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기업들의 현금 비축의 경우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성향이 있으며 이들 기업들은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보유한 현금 이용을 자제하려는 분위기다.
딜로이트가 유럽 기업 271곳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59% 기업이 내년에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 중 33%만이 보유한 현금을 이용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것은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경제 회복 물살을 타고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M&A 대금을 결제하고 있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지난 2분기 유럽 기업의 M&A 가운데 전액 현금을 통한 거래는 2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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