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같은 문책경고라도 은행장의 경우는 금감원장의 결정으로 확정되지만 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KB금융의 내부갈등이 밖의 감독당국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KB금융지주 대 금감원의 갈등뿐만 아니라 금감원 대 금융위의 갈등까지도 우려된다.
임 회장이 중징계 결정에도 사퇴를 거부한 것은 시간을 벌어 금융위의 최종 결론을 지켜보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그는 사퇴 거부의 명분으로 '경영 정상화'를 내걸었지만, 이번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 할 말은 아니다. 책임감 있는 최고경영자라면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근본 원인은 낙하산 인사와 금융지주 제도의 허술함에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임명됐다. 그런데 서로 줄이 다르다 보니 화합하지 못하고 주도권 다툼을 일삼았다. 현행 금융지주제도에는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할 장치가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의 제재권한 분배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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