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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꽉 막힌' 국회가 남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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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록은 의미부여에서 시작한다. 사소한 수치나 팩트라도 관심을 갖고 의미를 불어넣는다면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된다. 기록이 하나둘씩 쌓이면 곧 역사의 근거가 된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다.

19대 후반기 국회를 바라보는 정치평론가들의 시각에는 흥미로움(?)이 가득하다. 3개월 남짓의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세우지 못한 각종 기록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9대 후반 국회는 과거 국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한 정치평론가의 말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여야의 공방이 지루해진 측면이 없지 않음에도 관심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후반기 국회가 지금까지 세운 기록은 후대에게 감추고 싶은 역사가 될 지도 모른다. 국회가 제대로 돌아갔더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기록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록은 국회 개회부터 시작됐다. 19대 후반 국회의 출발점인 지난 5월30일 이후 지금까지 매달 임시국회가 열렸다. 심지어 공식일정이 없어 하한기(夏閑期)로 불리는 8월에도 국회는 회기를 가졌다. 외견상으로는 그동안 야당이 정치 개혁 과제로 주장했던 '상시 국회'를 달성한 셈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여야 대립으로 쟁점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해하면 되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출범한 지 112일째인 27일 현재까지 법안 처리 실적은 '0'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속이 없다. 법안이 통과된 본회의는 현 지도부가 나오기 직전인 5월2일이 마지막이었다. 7월 이후에는 본회의조차 아예 열리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가 만나기로 한 임시국회는 자주 열렸지만 생산성은 바닥을 맴돌고 있다.

기록은 또 있다. 올해 국정감사가 2차례에 걸쳐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현재로서는 국감이 연기된 건지 아니면 아예 빠진 건지 알 수 없다. 모든 상임위 국감 일정이 통째로 영향을 받은 것 자체가 사상 초유다.

국감 취소는 유무형의 손해도 야기했다. 각종 위약금은 물론이고 국회 실무진을 비롯한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공을 들인 준비 역시 물거품이 됐다.

법안 처리 못하고 국감도 열지 못했지만 국회의원들은 꾸준히 세비를 타갔다. 인당 월별로 약 300만원의 입법활동비를 포함해 모두 1100만원에 이른다. 의원수가 300명이니 곱하기 300하고 5월 이후 석달이니, 또 3을 곱해야 한다. 수치는 어마하게 커진다. 19대 후반기 국회가 남긴 낯부끄러운 기록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정국 파행을 야기한 1차 책임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집권여당이 무리수를 두고 야당이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회 일정을 마비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공전은 거꾸로 야당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기록을 통해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기록은 어느 때라도 상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정치권 역시 기록의 두려움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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