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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의 자치통신]출판기념회와 고재득 전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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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용 의원 출판기념회 유치원연합회로 부터 3900만원 받는 등 정치인들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창구 역할 비판 높은 가운데 고재득 전 성동구청장, 15년 동안 구청장 하면서 책 2권 내고도 출판기념회 한 번 하지 않아 화제....김기동 광진구청장도 책 인쇄 도중 중지시킨 일화도 눈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출판기념회.

정치인들 돈 줄 창고로 출판기념회가 말도 많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유아교육법 개정안과 사립학교법 개정안 입법을 대가로 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지난해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39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고 있다.
책 한권에 2만원으로 치면 2000여권 값이 된다. 아마 보지 않았지만 유치원연합회 관계자 몇 명 와서 책 몇권 가지고 가면서 현금으로 돈넣은 함에 밀어 넣었을 것이다.

이런 사례는 신 의원 뿐 아닐 것이다. 재수 없게(?) 신 의원이 다른 건으로 걸리다보니 출판기념회까지 비화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의원들이 국회의원회관 등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경우 지역에서 몇 대의 버스를 대절해 오는 경우는 다반사다.
고재득 전 성동구청장

고재득 전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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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과 관련된 상임위나 공기업이나 사기업 등과 관련된 상임위 의원들 출판기념회는 관련 기관장부터 임원까지 줄을 서서 눈도장을 찍은 후 돈을 내곤한다.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 뿐 아니다. 시장· 군수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장 등 정치인이라면 대부분 출판기념회를 연다.

김명수 전 서울시의장도 출판기념회를 통해 건설업자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 형이 지난 13일 확정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먼저 자신의 생각을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책 출간이고 이를 알리는 창구가 출판기념회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의미로 보면 정치 지도자의 생각과 철학을 알 수 있는 출판기념회는 매우 유익한 자리다.

그러나 출판기념회가 위와 같이 순수한 의미에서 탈피, 정치 후원 내지 로비 창구 역할을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신학용 의원의 경우도 순수히 출판기념회를 갖고 적당한 액수의 돈을 받았으면 이런 사단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에 거액이 오고가면서 뇌물성 의미로 비춰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자도 몇 구청장들이 출판기념회를 하면 5만원을 내고 책 한 권 받아오곤 한다.

일 잘한 구청장에 대한 성의 표시와 함께 작은 후원의 뜻도 함께 들어있다.

지난해 최창식 중구청장 '나를 꿈꾸게 만드는 서울 그리고 중구' 책 출판기념회에 갔을 때 일이다. 입구에 들어서 후원금을 내려는데 한 참석자가 "책 한 권이 얼마냐"고 묻고 1만5000원을 내고 가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김기동 광진구청장

김기동 광진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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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순수히 책 값을 내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출판기념회와 관련한 말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출판기념회에 대해 알레르기성 거부감을 가진 전직 구청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고재득 전 성동구청장이 바로 당사자다.

고 전 구청장은 민선 1~3기에 이어 민선 5기까지 15년을 성동구청장을 역임한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는 출판기념회에 대해 아주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고 당시 성동구청장과 저녁을 하는 자리에서 기자가 “왜 다른 구청장들은 출판기념회를 갖는데 구청장께서는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 “왜 출판기념회를 하느냐?” “가렴주구 아니냐”고 직답을 날렸다.

구청장이 출판기념회를 하면 지역의 통 반장까지 봉투에 몇 만~몇 십만원 등을 가지고 올텐데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것이다.

옆구리 찔러 인사받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는 식이었다.

‘청렴 구청장’으로 유명한 고재득 구청장은 일언지하에 이렇게 말했다. 그의 고지식함과 청렴성을 그대로 보인 말로 더 이상 여쭤볼 수 없었다.

자신은 구청장 재직 시절 책을 두 권이나 펴냈다. 그럼에도 출판기념회는 갖지 않은 것이다.

고 구청장은 그렇지만 동료 구청장들 출판기념회에는 가능한 빠지지 않고 참석해 축하하고 축의금을 전한다.

고 구청장과 함께 또 다른 구청장도 출판기념회에 대해서 비슷한 입장을 보인 구청장도 있다.

성동구 바로 옆 광진구청장을 맡고 있는 김기동 구청장이다.

김 구청장은 민선 6기 구청장 출마에 앞서 비서진으로부터 책 출판을 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그리자 비서진은 책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책이 인쇄 공장을 돌아가는 사이 김 구청장이 “인쇄 중단할 것”을 지시해 일부 비용을 지불하고 스톱한 경우가 있다.

비서진은 아주 아쉬워했지만 김 구청장 뜻이 워낙 강해 그만 접고 말았다.

김 구청장도 “선거를 앞두고 현직 구청장인 자신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지역 유지란 사람은 대부분 올텐데 그런 부담을 왜 지우느냐”며 책 출간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처럼 고재득 전 성동구청장, 김기동 광진구청장 등과 같이 주민들 호주머니를 미리 생각하는 지도자가 있는 반면 임기 4년 동안 출판기념회를 3번이나 해 수억원에 달하는 빚을 갚았다는 전 서울시 자치구 구청장이 있을 정도고 보면 천차만별이다.

정치인들은 큰 지도자든 작은 지도자든 이순신 장군의 멸사봉공의 희생정신과 낮은 자세로 겸손을 실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열광하는 국민들의 깊은 뜻을 세겨야 할 것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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