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선 이번 판결이 금감원의 징계를 앞둔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감사원을 비롯한 외부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금감원에겐 한껏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전 부사장에게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KB금융지주의 ING생명보험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좌절되자 박 전 부사장이 대외유출이 금지된 '2012년 이사회 안건자료' 등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제공했다는 혐의다. 이 일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에게도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박 전 부사장은 금감원의 징계에 대해 "회사 내부 행동기준이나 윤리강령 조항을 어긴 게 없는데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금감원장을 상대로 징계요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1일 열린 판결에서 "금감원의 징계조치 요구가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며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서 보듯 '행정절차에 어긋난 징계' 등 절차상 하자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소송을 통해 금감원의 징계를 뒤집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섣불리 소송을 제기할 경우 KB금융의 이미지만 실추할 뿐 실익이 전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감사원의 태클, 정치권에서의 로비 등 KB 두 수장의 징계와 관련해 크고작은 압력을 받아 온 금감원 입장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징계를 내리는 것이니 만큼 소송으로 이어진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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