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책위가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 서명 운동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정치권을 믿지 못해서다. 국정조사만 해도 그렇다. 국조 특위는 여야가 조사 기관 및 증인 선정 등을 놓고 다투느라 지난달 2일 뒤늦게 출범했다. 그러고도 현장 조사와 기관보고 일정 등에 대한 이견으로 티격태격하느라 지난달 30일에야 겨우 기관보고에 들어갔다. 조사기간 90일의 3분의 1가량을 정쟁으로 허송한 것이다.
특별법 문제도 그렇다. 여야는 말로는 6월 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행동은 딴판이다. 현재 7건의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차원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른 관련법안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조직법, 김영란법, 공직자윤리법, 전관예우 금지 강화법안 등도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사고 71일 만에 학교로 돌아온 단원고 생존 학생들 손목엔 '리멤버 0416'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가 끼어 있었다. 실종자 수습,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바라며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호소였다. 지금처럼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서는 국정조사라면 기대할 게 없다. 세월호 대책위 주장대로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게 백 번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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