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이나 군자는 배(輩)일수 없다. 존재의 중심이 자기에게 있기에, 대인끼리의 소통은 다만 담담한 교(交)일 뿐이다. 교(交)가 성기다고 해서, 상대의 중심을 업신여기거나 폄하하지 않고, 교(交)가 긴밀하다고 해서 자신의 간이나 쓸개나 생각의 중심을 내주지는 않는다. 관계는 한 존재의 외연일 뿐이며, 관계가 존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관계의 가치를 드높인다, 당당한 고립과 홀연한 자유가 자존감을 삼엄하게 지킨다. 옛사람들이 군자나 대인을 논한 것이 지위의 높이나 존재의 규모를 말하는 것이었다면 역사가 그 따위 것을 왜 기록해놓았겠는가. 대인은, 오로지 존재의 중심이 자기의 내부에 있는 사람이다. 키가 3척밖에 되지 않는 아이라도 대인이 될 수 있는 까닭은 거기에 있다. 내부에 열정과 창의의 중심이 있고, 거기에서 뿜어나오는 생의(生意)가 존재 전체를 움직이는 사람. 그것만이 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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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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