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이아바의 공기는 브라질의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다. 등줄기를 적시는 덥고 습한 날씨가 우리네 여름과 비슷하다. 지난 16일(한국시간) 마레샤우혼동 국제공항(CGB)에서 차로 20분을 달려 도착한 목적지는 썩 유쾌하지 않았다. 낡고 아담한 건물 틈에 자리한 숙소는 허름하고, 공기는 탁했다.
날이 밝은 그곳에서 다른 세상을 보았다. 건물 외벽과 노점은 월드컵을 위해 찾은 손님들을 환영하는 국기가 내걸렸다. 한국과 러시아의 국기도 나란히 배치했다. 마주치는 행인,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적막했던 공원도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관광객으로 붐볐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이 주변 풍경을 스케치하는 모습도 평화로웠다. 카를로스라는 이름의 교수는 쿠이아바를 찾은 기분이 어떤지를 물으며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1차전이 열린 아레나 판타나우 경기장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고가 없는 다른 나라 팀이지만 경기를 보기 위해 노란 옷을 입고 모인 팬들로 가득했다. 얼굴과 옷에 한국과 러시아의 국기를 새긴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브라질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는 인파 속에 자리를 잡자 함께 사진을 찍자며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다큐멘터리를 준비한다는 한 젊은 남성은 "각국의 인사말을 녹음하고 있다"며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