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스포츠의 세계가 얼마나 '불순하게' 오염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놓고 피파 회장단이 얽힌 추문에서도 악취가 진동한다. 스포츠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과 시비는 스포츠를 결코 '순수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음을, 월드컵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로만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제는 그런 갈등은 대체로 옛 기억이 된 듯싶다. 그래서 경기를 경기 자체로 즐길 수 있게 된 듯하다. 이제 며칠 전까지 선거 유세가 펼쳐졌던 거리는 한국 축구팀을 응원하는 열기와 흥분으로 뒤덮일 것이다. '순수한' 스포츠 행사에는 무제한의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는 정부의 '배려'로 광장에 모인 이들은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칠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아직 침몰한 세월호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지금, 사람들이 외치는 '대~한민국'은 무엇을 향한 것일까.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대한 환호일까, 참담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회한일까. 공이 둥근 것처럼 광장에서 펼쳐질 일들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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