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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이 사회인야구단이 즐거운 까닭

최종수정 2020.02.12 11:52 기사입력 2014.06.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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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벤처기업의 초창기 멤버인 김 실장은 야구광이다. 동호회에 가입, 사회인 야구에서 투수와 유격수를 맡았을 정도로 나름 실력파다. 회사가 커지면서 직원 숫자가 늘어나자 몇 해 전 기어이 사내 야구동호회를 결성했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들어온 선수들은 기본기도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그는 단장이자 감독, 코치에 주장 역할까지 해야 했다.

김 실장의 열성 덕분인지 야구단 규모도 사세처럼 빠르게 커졌다. 선수 숫자가 20명 가까이 늘어나자 김 실장은 지난해부터 과감히 사회인 야구대회에 도전했다. 김 실장의 팀이 도전한 리그는 사회인 야구 3부 리그. 3부라지만 선출(고교 이상 야구를 한 선수출신)이 서너 명이나 되는 강팀도 제법 있는 리그였다.

단 1승이라도 하자는 목표로 도전했지만 쉽지 않았다. 첫해 정규리그에서는 전패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그래도 시즌 말미에 치른 번외 경기에서 두어 번 승리의 맛도 봤다. 올해 목표는 리그 경기에서 3~4승을 올리는 것으로 잡았다(그 리그의 공식 경기 수는 13~14게임이다).

지난해 경험이 쌓인 데다 올해는 프로 2군 출신 선출도 한 명 입단해 전력이 한층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목표달성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실장이 걱정하는 것은 실력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20명이나 되는 대규모 선수단이 김 실장 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한다. 김 실장의 팀은 경기 때마다 15명에서 20명 정도가 나간다.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보니 선수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승리를 위해선 베스트 멤버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가는 게 유리하지만 김 실장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승리가 눈앞에 보일 때는 주전으로 경기를 끌고 가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듭니다. 하지만 일과를 마치고 바쁜 시간을 쪼개 땀을 흘리고 주말을 포기한 채 경기장에 나온 동료들에게 실력이 부족하다고 벤치에만 앉았다 집으로 가라고 할 수 없잖아요."

김 실장 팀은 후보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기 후반 역전패로 경기를 마무리할 때가 많지만 덕분에 팀 분위기는 리그 내에서 가장 좋단다. 덕아웃 분위기만 보면 우승팀이란다. 승리하면 더 좋겠지만 경기 자체를 축제로 즐기기 때문이다.

김 실장의 회사는 관련 분야의 1등이다. 이 1등에는 야구팀처럼 승부보다 경기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도 분명 한몫하지 않았을까.

전필수 팍스TV차장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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