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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안과 전문의, 시골 의사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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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지역 유일한 개인 안과병원 염동주 원장

공중보건의 근무하다 주민과 친분 쌓고 병원 문열어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딸 아이 상견례를 해야 하는데 아빠 눈이 이렇다고 책잡히면 어떡해요. 다시 잘 보이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사돈이 봤을 때 모르게만 해주세요."


지난 1월 환갑을 앞둔 한 남성이 경기도 연천 보건의료원 안과를 찾았다. 이곳에서 공중보건의로 군복무 중이던 염동주 조은안과 원장(34)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고민이 있다"던 그 남성은 하얗게 변한 왼쪽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이 남성은 40여년 전 외부충격에 의한 백내장에 걸렸다. 수십년을 한쪽 눈으로만 생활을 해왔던 그는 딸의 상견례를 앞두고 '보건의료원에 있는 염 선생이 수술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염 원장은 선뜻 수술을 결정하지 못했다. 오래 방치된 탓에 초음파 수술은 불가능했고 백내장 자체를 안구 밖으로 조심스럽게 꺼내는 어려운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염 원장은 지난 2월 휴가를 이용해 8일 동안 안과의료봉사단체인 비전케어서비스(VCS) 소속으로 파키스탄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7년 전 가시에 눈을 찔려 왼쪽 눈이 백내장에 걸린 17세 소녀를 만났다. 거의 실명 상태였던 소녀의 한쪽 눈은 수술 다음 날 0.4의 시력을 회복했다. VCS 캠프를 떠나는 버스에서 이 소녀는 멀리 있는 염 원장을 또렷이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염 원장은 딸의 상견례를 앞둔 그 남성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파키스탄에서 몇 건의 비슷한 수술을 통해 자신감도 얻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 후 이 남성은 온전한 검은 눈동자는 물론 빛만 간신히 인지하던 시력도 0.1 정도로 회복했다. 지난 4월엔 딸의 상견례도 무사히 마쳤다.


이 남성의 수술을 했던 3월 당시 염 원장은 3년간의 공중보건의 복무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처음엔 복무를 마치고 대학병원에서 임상강사를 하려고 했었다. 그는 레지던트 시절 백내장 수술을 50여 차례 진행하는 등 소위 '잘 나가던' 의사였다고 한다.


인구 4만5000명의 연천에서 안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의료원과 전곡터미널 근처의 개인병원이 전부였다. 당초 이 병원 인근에 개원하려 했지만, 이 개인병원 원장이 병원 인수를 제안했다. 염 원장은 이 병원을 인수해 공중보건의 복무를 마친 바로 다음 주인 지난 4월21일 '조은안과'를 개원했다.


모내기가 한창인 지난 14일 논에서 일하다가 바로 병원을 찾은 환자도 있었다. 염 원장은 "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양한 안구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곳은 의료취약지역이어서 병세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오시는 분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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