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허탈해지면서 다음 순간 새삼 만우절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나이 들면서 만우절을 잊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늘 웃음거리를 만드느라 애쓰는 그 출판사 친구의 농담도 참 오랜만의 만우절 장난이었지만 만우절(萬愚節)이 그 이름에서처럼 하나의 작은 명절과도 같이 여겨졌던 우리 사회에서 이제 만우절을 기념하는 풍습은 분명 예전만 못한 듯하다.
그렇다면 만우절은 이제 거꾸로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닐까.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 하루 진실을 말하는 날로, 거짓이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날로 말이다. 진실을 고백하고 지난날의 거짓을 회개하는 날로, 그럼으로써 이 날만큼은 거짓을 말하는 이를 진짜 바보(愚)로 만들고 비웃어주는 날로 바꾸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행했던 거짓과 허위를 진실로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에겐 사면을 받고 정직한 이로 거듭나는 새 출발의 날로 삼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날의 이름을 '진실의 날' '갱생(更生)의 날'로 지어도 괜찮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진정으로 이에 동참한다면 이 날을 국경일로 삼아도 될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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