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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스스로 억제하는 방어 시스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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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발병 원인 이해하는데 큰 도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우리 몸은 스스로 방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대장조직의 숨겨진 암발생 억제 메커니즘을 규명해 눈길을 끈다. 대장조직에 있는 방어 메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대장암 발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몸은 손상된 조직을 스스로 복구할 수 있지만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복구를 위한 세포분열 과정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빠른 세포분열 속도와 소화과정에서의 독성물질 때문에 유전자 변이 확률이 높은 대장의 장샘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장샘(crypt)은 대장 표면을 형성하는 약 2000여개의 세포로 구성된 동굴모양의 상피조직을 말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이로 발암 가능성이 높아진 세포를 대장의 장샘에서 빨리 내보내는 방식으로 대장조직이 빠르고 빈번한 조직재생과정에서 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변이된 세포의 장샘 체류시간을 줄여 비정상적 세포분열을 억제하는 방어 메커니즘이 대장에 있었던 것이다.

수학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유전자 변이에 의해 윈트신호전달이 강화된 변이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접착력이 높아지면서 장샘의 위쪽으로 더욱 빠르게 이동해 장샘을 벗어나 장내로 배출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윈트 신호전달(Wnt Signaling)은 세포의 증식과 분화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경로로 배아발달이나 성체조직의 항상성 관리에 특히 중요하다. 세포 외부에서 윈트 신호가 들어오면 베타 카테닌을 분해시켜 농도를 낮게 유지해 주는 분해복합체가 억제되면서 세포증식을 돕는 표적 유전자들이 나타나 세포증식이 일어난다.

유전자 변이로 윈트 신호전달회로의 핵심인자인 베타 카테닌이 분해되지 못하면 축적된 베타 카테닌이 세포증식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세포 접착력을 높이게 된다. 장샘 조직의 특수한 환경과 비슷한 접착력을 가진 세포들이 모이려는 성질로 인해 결국 변이된 세포를 배출시켜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실제 생쥐모델에서도 비정상적인 장샘 조직의 경우 증식이 활발한 세포가 오히려 느리게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석좌교수(교신저자)가 주도하고 송제훈 박사과정 연구원(제1저자)이 참여했으며 영국 암연구소 오웬 삼손 박사와 데이비드 휴웰, 레이첼 리지웨이, 아일랜드 연구소 보리스 콜로덴코, 월터 콜치 박사가 함께 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셀(Cell) 자매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지 온라인판 3월28일자(논문명: The APC network regulates the removal of mutated cells from colonic crypts)에 실렸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다세포 생명체가 비정상적 세포 변이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정보기술(IT)과 생명기술(BT)의 융합연구인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복잡한 생명현상의 숨겨진 원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나라의 알려진 시인인 백낙천은 '자회시(自誨詩)'를 통해 "낙천, 낙천아! 크게 슬퍼하지 마라!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낮에는 일어나고 밤에는 자고, 터무니 없이 좋아하거나 허망하게 슬퍼하지도 말고, 병들면 눕고 죽으면 편히 쉬어라"고 썼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 같은 우리 몸의 '자율 방어체계'에 대한 연구결과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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