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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류뚱의 진화…코너웍·볼배합으로 거둔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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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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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류현진(27ㆍ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이 23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크리켓그라운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5이닝 동안 삼진 5개를 기록하며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 승리투수가 됐다.

공을 87개 던졌고, 볼넷은 한 개 뿐이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애리조나를 상대로 1승 2패, 평균자책점 4.65를 기록했다. 자책점이 시즌 평균(3.00)보다 1.65점이나 높을 정도로 어려운 상대였다. 맹수의 주둥이같은 애리조나 타선을 요리하기 위해 류현진은 스트라이크 존을 조심스럽게 넘나들었다. 어름산이의 줄타기처럼 실수가 없었다.
◆ 스트라이크존에 빨리 적응, 바깥쪽 승부
주심 댈러 스캇(55)은 인색했다. 특히 몸쪽 공에 후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듯한 몸쪽 공에 좀처럼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커크 깁슨(57) 애리조나 감독도 검지와 중지로 자신과 스캇의 눈을 번갈아 가리키는 동작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대신 바깥쪽 공에는 너그러웠다. 류현진은 빠르게 적응했다. 타자에게 몸쪽 공을 보여준 다음 바깥쪽에 승부구를 던졌다. 류현진이 이날 기록한 삼진 5개는 모두 바깥쪽에 결정구를 던져 완성했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공은 특히 주자를 내보냈을 때 위력을 발휘했다. 하이라이트는 류현진이 1회 2사 뒤 애리조나의 3번타자 폴 골드슈미트(27)에 첫 안타를 내줬을 때. 골드슈미트는 지난해 류현진을 상대로 타율 0.500(14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한 '천적'이다.

누상에 주자를 두고 4번타자 마틴 프라도(31)를 맞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초구와 2구 바깥쪽에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져 기선을 제압한 다음 같은 쪽에 체인지업을 던져 유인했다. 프라도가 속지 않고 버텼지만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네 번째 공으로 기어이 삼진을 낚았다. 승부구는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의 공은 계속해서 낮은 쪽을 파고들었다. 낮게 내리꽂히는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넘나들자 타자들은 방망이 내기를 주저했다. 이런 공은 방망이에 맞더라도 땅볼이 되거나 파울 지역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절묘한 제구력 덕분에 류현진은 이날 장타(2루타 이상)를 한 개도 맞지 않았다. 손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대부분의 공이 포수 무릎 쪽에서 들어올 정도로 제구가 날카로웠다. 특히 바깥쪽에 낮게 제구된 공은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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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라이더의 장착…볼배합 위력 'UP'
슬라이더는 왼손타자와 승부할 때 요긴한 구종이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왼손타자를 상대로 고전했다. 오른손타자 피안타율이 0.245였던 반면 왼손타자 피안타율은 0.270이었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뛸 때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왼손타자를 공격할 만한 무기가 많지 않았다. 그레서 겨울 훈련 기간동안 슬라이더를 다듬었다. 체인지업과 커브 등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 외에 옆으로 휘어지는 변화구를 더한 것이다.

류현진은 애리조나를 상대로 슬라이더 13개를 던졌다. 직구(55개)와 체인지업(19개) 다음으로 많이 던졌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2회 디디 그레고리우스(24)와 4회 헤라르도 파라(27) 두 왼손타자를 모두 슬라이더로 삼진시켰다. 타자들은 145㎞가 넘는 직구가 몸쪽에 꽂힌 다음 130㎞대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자 방망이를 돌릴 타이밍을 번번이 놓쳤다. 이 날 류현진의 직구 최고구속은 최상일 때보다 5~6㎞ 느린 148㎞에 머물렀다. 등판을 거듭하여 직구 구속이 더 빨라지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의 위력은 배가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2년차째를 맞은 류현진은 매력적인 투구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무실점 경기는 의미가 있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 14승(8패)을 올리며 주축투수로 떠올랐다. 상대 구단도 시즌 개막에 앞서 류현진을 분석했을 것이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활약한다는 점은 이미 노출됐다. 간간이 구사한 커브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은 던지는 공의 가짓수를 늘리고 던지는 방향과 시점도 모두 바꿨다. 일단은 성공적이다. 칼날 같은 제구와 변화무쌍한 볼배합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류현진은 다음달 3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시즌 2승에 도전한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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