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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은 가라 !"‥아시아 문화예술의 협동 정신

최종수정 2014.03.25 16:05 기사입력 2014.03.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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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오진희 기자]"서구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자" 이는 아시아 국가의 문화예술 교류 및 문화 네트워크에 있어 대체로 일치된 구호다. 최근 아시아 역내에서 문화예술 협업 프로젝트가 성행한다. 또한 문화예술 교류도 더욱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문화예술 교류 네트워킹을 원하는 미국, 유럽 문화예술 전문가들도 아시아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광활한 대륙 '아시아'에는 독특한 문화적 뿌리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20세기 서구의 도전에 시달리며 오리엔탈리즘적 사고에 갇혀 있었다. 각국마다 전통적 문화 정체성과 서구 자본주의의 이식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아시아 개별 국가의 문화예술 작품에 이런 현실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내 문화예술 교류는 성격적으로 오리엔탈리즘과의 대항이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이번 한중 미술교류전, 한터 사진교류전은 각 나라의 전통성과 혼란상 등을 담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 간 문화 예술 교류 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한-중 현대미술 교류전= 요즘 미술현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미술교류전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양국의 갤러리에서의 전시도 활발하고 두 나라의 지자체 및 대학 간에도 교류와 협업이 잦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오는 5월11일까지 열리고 있는 한중 현대미술교류전인 '액체문명'전은 특히 전통에서나 '(유사한 방식으로) 서구화를 겪은 아시아'라는 점에서나 다른 어느 나라보다 공통분모가 큰 양국의 비슷하면서 다른 풍경들, 이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깊은 고민과 문제 제기를 보여준다. 그것은 또한 양국의 '현대' 미술의 화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액체문명'이라는 것에 12인의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응축돼 있는 듯하다. 작가들은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Liquid) 사회로서의 현대'라는 개념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현실, 즉 근대화-그것은 또한 서구화이기도 했으니-의 길을 걸은 양국이 이중적 의미에서의 유동화를 겪고 있음을 얘기하고자 한다. '액체'처럼 출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그 속에 휘청이며 표류하는 삶을 작가들은 사진, 영상, 설치 작업 등 다양한 방식과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왕칭송 작

왕칭송 작

 
청소년들의 입시 풍경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왕칭송 작가의 '팔로우 유'(Follow you)란 작품은 '입시지옥'이 중국에서도 심각한 상황임을 드러낸다. 거대한 도서관에서 수능시험공부에 찌든 학생들이 책을 쌓아올려 놓은 채 엎드려 앉아 있다. 벽면엔 '매일 발전?, 공부 열심히? 교육은 중요한가?' 등의 의구심과 불안을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아시아가 서구화되고 경제발전을 이뤘고 개인의 개성을 더 발현할 수 있다지만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개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왕 작가의 반문에서 한국 청소년, 한국사회의 초상이 겹쳐진다.
이원호 작

이원호 작

 
반대편 전시장 한 켠엔 6열8행으로 줄 그어진 붉은색 원 안에 어디선가 본듯한 물건들이 놓여 있다. 지하철역 걸인들의 동냥 그릇이다. 상자박스, 바가지, 플라스틱 바구니, 캡모자 안에는 몇 장의 천원짜리 지폐와 몇 개의 동전들이 담겨 있다. 어느 작은 박스 안엔 맞춤법 틀린 글씨도 새겨 있다. "여러분, 부탁함. 재 용기 주새요. 감사. 사랑. 행복." 이원호 작가의 '층 스토리(Story)I'이라는 설치작품이다.
적선도구를 부랑자들과 직접 흥정해 구입했다는 작가는 "대가 없는 적선을 통해 그들과 나를 구분 짓고 동정하기보단 '흥정'이란 협상에 걸인들을 끌어들여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회가 그동안 의도적으로 배제해 왔던 존재들을 수평적인 관계로 복권시키고 싶었다는 것이다. 발전, 혹은 도시화 과정에서 밀려나고 소외되고 있는 두 나라의 주변부적 인생들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고발이 한중 양국이 놓여 있는 또 다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터 사진교류전= 오늘날 실크로드 양 끝단의 두 나라, 한국과 터키의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작년 두 나라는 터키 앙카라에서 '2013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실크로드 문명 교류의 이정표를 세웠다. 무려 23일간 총 490여만명이 행사에 참가, 성황을 이루며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온 코리아(ON KOREA)-실크로드의 저편' 사진전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된다. 이번 전시는 '온 코리아'전의 새 버전 '블루밍 실크로드(Blooming Silk Road)'로 새롭게 개편돼 선보이는 것이다. 특히 양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들의 국내 첫 전시회로 문화 교류 정신이 잘 구현돼 있다.

이 전시는 서울 세종문화회관(3월26~4월1일)을 시작으로 대구예술발전소(4월4~17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5월 중) 등 3개 지역을 순회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작품은 모두 130여점이다. '한국-터키 대표작가 사진전-Blooming Silk Road'에는 한국작가 8인(강운구, 구본창, 김중만, 박종우, 서헌강, 오형근, 육명심, 이갑철)과 터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5인이 참여한다. 터키 사진작가 5인은 '이스탄불의 눈(Eye of Istanbul)'이란 별칭을 지닌 세계적인 사진작가 아라 귈레르(Ara Guler)를 비롯해 이젯 케리바(Izzet Keribar), 할임 쿠락시즈(A.Halim Kulaksiz), 카밀 프랏(Kamil Firat), 아르잔 아르슬란(Ercan Arslan) 등이다.
서헌강 작 '고요히 움직이는 풍경'

서헌강 작 '고요히 움직이는 풍경'


아라 귈레르 작 '항구로 귀환하는 어부'

아라 귈레르 작 '항구로 귀환하는 어부'

 
전시 제목인 'Blooming Silk Road'는 동서 실크로드의 양 끝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과 터키의 풍성한 문화를 한자리에서 꽃피운다는 뜻이다. 한국 대표사진가 8인은 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모습을 깊고 세밀하게 담아냈다. 터키의 대표사진가 5인은 자연의 광활함, 웅장하고 신비한 터키의 문화유적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왔고 또 살아갈 터키인의 삶을 보여준다. 각자의 전통적 정체성과 사람, 삶의 배경을 풍성하게 표현하고 있다.
육명심 작 '백민'

육명심 작 '백민'


아르잔 아르슬란 '무슬림은 신음한다'

아르잔 아르슬란 '무슬림은 신음한다'

 
한편 올 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포스트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는 터키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 심포지엄, 영화제 등이 펼쳐진다. 이번 '한국-터키 대표작가 사진전'은 그 첫 번째 기획이다. 작년 9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 메인 전시 중 하나로 이스탄불 탁심공화국갤러리에서 열렸던 'ON KOREA-실크로드의 저편' 사진전은 총 2만5000여명이 방문, 갤러리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는 5월에는 터키 앙카라에서 다시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이규성 기자·오진희 기자 peace@asiae.co.kr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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