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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 의료민영화 논란‥결국 문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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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보건의료계가 시끄럽다. 온 국민들도 의료민영화 논란에 휩싸였다. 의사협회는 총파업과 휴진 등으로 정부와 날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의 의료 민영화정책과 의사협회의 주장 사이에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의학과 의료체계, 병원과 의사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한 에세이 '신의 호텔'이 의료민영화 문제에 대해 귀중한 통찰을 제시해 준다. “의사는 환자가 가진 초록의 생명력을 돌보는 정원사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의대 임상 부교수이자 역사학자인 빅토리아 스위트(Victoria Sweet)의 회고록으로 우리 시대 의료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로 불리는 라구나 혼다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두달간 머무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라구나 혼다가 지향하는 인간 중심적 진료,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환자의 몸과 마음과 환경을 모두 돌보는 ‘느린 의학’에 매료돼 20여년간 헌신적으로 일했다.

라구나 혼다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지역 공공병원이다. 이 병원은 17세기 아픈 이들을 대가 없이 돌보던 ‘파리시립병원(일명 신의 호텔, Hotel Dieu)’의 후손격 병원으로, 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이기도 하다.

병원에는 노숙자, 극빈자 등 사회소외계층을 비롯해 알코올중독자, 치매·뇌졸중을 앓는 노인 등 까다로운 만성질환자들이 몰려든다. 또한 노후한 시설에 제대로 된 장비 하나 없이 매년 예산부족과 씨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병원에서 포기한 환자들이 서서히 회복되고 의료진의 만족도와 근속률이 높아 의사들과 환자들에게 진짜 ‘신의 호텔’처럼 기능한다.
책에는 뇌졸중으로 모든 기억을 잃고 홀로 남겨진 교수, 정치문제로 망명길에 올랐다가 이국 땅에서 암투병을 하는 경제학자, 자신을 자판기로 생각하고 동전을 집어먹다 실려 온 정신질환 노숙자 등등 라구나 혼다에서 다양한 인생 사연과 병력을 지닌 환자들을 진료하며 겪은 일화들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저자는 현대의학과 보건의료체계가 간과하고 있는 의학과 병원의 본질은 고민하며, ‘인간 중심적 진료 환경’, ‘느린 의학’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러나 라구나 혼다에도 결국 자본 및 경제효율의 압력이 들이닥친다. 정책입안자, 경제학자, 의료컨설팅회사의 관점으로 의료 시스템을 바꾼다. 병원은 시간당 생산효율 준수, 과학적 경영관리와 첨단시설 설립 등으로 21세기 보건의료 기준을 채우느라 의료진은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환자들은 더 빈번히 사고에 노출되고 치유는 더뎌진다.

이 책에는 병원이 변화되고 진통을 겪는 일련의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변화에 맞서 병원의 인간 중심적인 환경과 정신을 지켜내려는 의료진들을 분투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오늘날 의료의 본질, 민영화의 문제를 꿰뚫어 볼 수 있다. 결국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사람'이란 걸 일깨워 준다.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김성훈 옮김/와이즈베리 출간/값1만6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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