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총회·급식·봉사활동 등 불참에 전업주부 엄마들 눈치까지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어머니들 중 특히 직장에 다니는 이른바 ‘워킹맘’들이 교통안전·청소·급식·수업준비 도우미 등 각종 학교 봉사활동 참여를 놓고 피로감과 서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들의 적응을 돕기위해 ‘자원봉사’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다.
새학기 초 초등학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배포되는 가정통신문도 ‘봉사활동 압박’을 주고 있다. 이 통신문에는 대개 녹색어머니회, 급식도우미, 각종 명예교사 등 학부모들이 신청 가능한 자원봉사 단체 목록이 제시되어 있다. 학부모들은 가정통신문 하단 절취선 아래에 자녀의 학년, 반, 이름과 가입하기를 희망하는 단체명을 적어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학부모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힘든 워킹맘들은 이 때문에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인 전업주부 어머니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올해 성북구 B초등학교에 자녀가 입학한 워킹맘 김모씨는 “엄마들이 조를 짜서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러 나오기 시작하니 소문이 돌아 어떤 반은 학급의 절반이나 되는 엄마들이 거의 매일같이 나와서 청소를 하고 있다”면서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고 했더니 전업주부인 엄마들이 싫어하는 표정을 지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때문에 다른 엄마들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않은 워킹맘들은 가운데는 도우미를 고용해 학교 청소에 보내는 경우까지 있다.
워킹맘이 아닌 전업주부인 한 학부모도 “녹색어머니회, 학부모회, 명예교사, 급식모니터 요원 등 학부모를 동원하는 게 너무 많아서 뭐라도 하나 맡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을 느낀다”면서 봉사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취지를 이해하기는 하지만 피곤한 것은 사실이고 공짜로 엄마들을 부려먹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과거에나 제기된 문제이지 요즘은 과도한 학부모 봉사활동이나 도우미가 이뤄지는 학교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나 도우미 활동에 대한 특별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제 사항은 없다”며 “다만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맞벌이 부모에게 부담되는 급식봉사활동이나 당번제 등은 지양하도록 장학 지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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