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아침…'식품 인플레' 공포 재발하나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당신의 아침이 비싸지고 있다."

아침 식탁에 자주 등장하는 8개 핵심 식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식품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커피, 오렌지주스, 밀, 설탕, 우유, 버터, 코코아, 돼지고기 등 아침으로 자주 먹는 8개 핵심 식품 원자재 가격이 가뭄, 바이러스, 수요 급증 등의 원인으로 올해 평균 25%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초만 해도 세계 식품가격지수가 하락 안정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식품 물가에 대한 위험이 한 단계 낮아졌지만 최근 일부 식품군 가격이 급등하면서 위험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압돌레자 아바시안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예상치 못한 가격 급등세"라면서 "얼마나 급작스럽게 식품 물가 상황이 바뀔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고 말했다.

커피 원두 가격은 연초부터 시작된 브라질의 가뭄 탓에 70% 넘게 상승했고, 미국에서는 '돼지 유행성 설사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돼지들이 떼죽음을 당해 돼지고기 가격이 40%나 넘게 올랐다. 밀은 주요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정정불안이 지속되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져 가격이 상승 중이고, 우유·버터 등 유제품은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국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딸려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FT는 투기세력의 가세도 이들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 구리 등 주요 산업 원자재의 가격이 1월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자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식품 원자재 투자로 관심을 돌리면서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농가와 투자자들은 올여름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 해역의 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홍수와 가뭄 등을 일으키는 이상기온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식품 가격 급등을 동반한다.

엘니뇨 현상의 후폭풍으로 인도, 동남아, 호주 등에 가뭄이 찾아오면 밀 가격이 더 뛰어 우리가 먹는 아침 토스트 가격은 급등하고 아프리카 서부의 건조한 날씨는 코코아 재배에 타격을 입혀 초콜릿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