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임기-인사교류없이 한 지역에 근무...유착-전횡 등 문제 많아...임기제-인사교류제 도입 목소리 높아
서울의 다른 한 보건소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하다. 직원들한테 모욕적 언동을 서슴치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 앞에 입을 벌리면서 밥을 먹여 달라고 하는 일까지 있었다. 여직원들의 외모에 대한 비하 발언 등 성희롱성 발언도 수시로 한다. 직원들은 불만이 많지만 수십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장의 영향력이 워낙 세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보건소장들은 자치구의 위생ㆍ보건 관련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기 때문에 지역 내 병원ㆍ약국ㆍ산후조리원 등의 업무, 보건소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의료 장비ㆍ의약품 선정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문제는 현재 보건소장들은 정년 퇴직하거나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교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17일 위례시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자치구 보건소장 25명 중 18명(72%)이 5년 이상 장기근무자이며, 10년 이상인 경우도 6명이나 된다. 특히 A구 보건소장은 26년째, B구 보건소장는 23년째, C구 보건소장은 20년째다.
일선 지자체장들도 이같은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례시민연대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서울 자치구청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건소장 인사교류제에 대해 응답자 22명 중 12명(54%)이 찬성 입장을 밝혔고 반대는 4명(18%)에 불과했다
반면 보건소장들은 지역 사정을 잘 알아야 하는 업무 특성상 장기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권선진 전국보건소장협의회장은 "(장기간 근무할 경우) 지역 사정을 잘 알아서 각 보건소마다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구청장은 바뀌어도 보건소장은 바뀌지 않아서 지역 보건사회의 황제로 군림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장기근무로 인한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업무관련자와의 유착 방지를 위해 인적 쇄신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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