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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보건계 '황제'로 군림하는 보건소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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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임기-인사교류없이 한 지역에 근무...유착-전횡 등 문제 많아...임기제-인사교류제 도입 목소리 높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의 한 자치구 보건소장은 최근 보건소 계약직 직원 신규 임용에 개입해 구청 측과 갈등을 빚었다. 보건소 계약직 직원 채용은 전적으로 구청 총무과가 담당하는 업무인데, 보건소장이 개입해 자신이 추천한 인물을 채용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서울의 다른 한 보건소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하다. 직원들한테 모욕적 언동을 서슴치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 앞에 입을 벌리면서 밥을 먹여 달라고 하는 일까지 있었다. 여직원들의 외모에 대한 비하 발언 등 성희롱성 발언도 수시로 한다. 직원들은 불만이 많지만 수십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장의 영향력이 워낙 세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전국 200여개 기초자치단체별로 설치돼 있는 보건소의 소장들이 사실상 정년 퇴직 때까지 자리를 유지하면서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잖다. 지역 사정을 잘 알아야 하는 업무 특성상 장기 근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임기제 및 자치단체간 인사교류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소장들은 자치구의 위생ㆍ보건 관련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기 때문에 지역 내 병원ㆍ약국ㆍ산후조리원 등의 업무, 보건소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의료 장비ㆍ의약품 선정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문제는 현재 보건소장들은 정년 퇴직하거나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교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17일 위례시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자치구 보건소장 25명 중 18명(72%)이 5년 이상 장기근무자이며, 10년 이상인 경우도 6명이나 된다. 특히 A구 보건소장은 26년째, B구 보건소장는 23년째, C구 보건소장은 20년째다.
이처럼 장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건소장들이 업무에 소홀하거나 업무 관련자와 유착해 비리를 저지르고 인사상 권한을 무기로 보건소 직원들 사이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6월 경남지방경찰청은 돈을 받고 허위서류를 만드는 방법으로 의료장비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 준 혐의(뇌물수수ㆍ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전 남해군보건소장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 11월엔 경기도 한 지자체에서도 보건소 직원과 소장, 보건진료소장 등이 공금 유용 등로 대거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이중 일부는 유죄 판결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이 보건소 소장은 14년째 자리를 지키던 중이었다.

일선 지자체장들도 이같은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례시민연대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서울 자치구청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건소장 인사교류제에 대해 응답자 22명 중 12명(54%)이 찬성 입장을 밝혔고 반대는 4명(18%)에 불과했다

반면 보건소장들은 지역 사정을 잘 알아야 하는 업무 특성상 장기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권선진 전국보건소장협의회장은 "(장기간 근무할 경우) 지역 사정을 잘 알아서 각 보건소마다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구청장은 바뀌어도 보건소장은 바뀌지 않아서 지역 보건사회의 황제로 군림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장기근무로 인한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업무관련자와의 유착 방지를 위해 인적 쇄신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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