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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지 못한 철도노사…협상장서 무슨 말 오갔나?

최종수정 2013.12.30 07:31 기사입력 2013.12.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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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발급 전 마지막 협상 기회였던 26일, 탄식과 한숨 속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협상 타결의) 0.000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정부와 얘기해 봐야 할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도 절박하다."(코레일)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의 정당성과 면허발급에 대한 것을 사회적 협의체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철도노조)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놓고 시작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노조의 대립이 끝 모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일찌감치 최장기 파업을 기록해 29일로 21일째를 맞이했다. 3주 동안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지만 손에 쥔 것은 없다. 코레일은 파업 주도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등 최후통첩을 보냈고, 노조는 노동계와 연대한 총파업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경찰에 수배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본부에,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조계사에, 최은철 사무처장은 민주당사로 나란히 피신하면서 사태는 종교계와 정치권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의 법인 설립 허가 전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마지막 자리였던 지난 26일 노사 실무협의 테이블. 13일 만에 협상 테이블에 앉은 노사는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 지난 16일 실무 협의를 위해 13일만에 마주앉은 철도노사.

▲ 지난 16일 실무 협의를 위해 13일만에 마주앉은 철도노사.


코레일 서울사무소에서 오후 4시20분부터 진행된 실무협상에는 사측과 노조 각각 3명이 참석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이날 오후 조계사에서 박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교섭 재개에 합의했고, 조계종의 중재가 더해지면서 진전된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터였다.

오후 5시30분, 양측이 마주한 지 1시간 만에 협상은 1차 정회됐다. 노조 측은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중단 ▲철도산업발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철도발전 소위원회 설치 ▲파업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을 요구했다.

이후 재개된 2차 협상은 오후 7시50분 또 한 번 중단됐다. 사측 협의위원들은 노조와 대화를 나눈 후 협상장을 빠져나와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실무자가 중심이 된 협상이었던 만큼, 이를 사측에 전달하고 정부와의 추가 논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무협상'임을 강조하며 사측의 결정권자나 정부 관계자는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협의위원들의 표정은 막힌 협상만큼이나 무겁고 어두웠다.

협상에서 회사와 노조 측은 서로의 '원칙론'을 끝까지 내세웠다. 노조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면허발급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회사 측은 사회적 협의체를 만드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법인 설립을 재논의 하는 것은 지금까지 추진한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후 10시30분 속개된 협의에서도 이 부분을 놓고 양측은 실랑이를 벌였고, 회의장 안에서는 대화가 통하지 않자 답답함을 토로하는 말과 한숨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사측은 코레일의 입장보다는 최종 결정권자인 정부를 의식한 발언을 더 많이 전달했고, 노조는 사측의 제안에 몇 시간째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정부가 이런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며 "면허 얘기가 나오면 99.9% 정부에서 안 된다고 할 게 뻔하다"며 읍소했다. 최종 결정권은 정부에 있는데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사회적 논의 기구 안에서 민영화를 방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얘기하자면 말이 되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요구다. 처음부터 협의의 진정성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다소 공격적인 말을 뱉기도 했다.

노조 측은 "진정성은 변함없으니 그 부분은 의심하지 말라. 다만 이 부분이 논의에서 빠지는 것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은 "1번 요구안(면허 발급 중단)은 성립 자체가 안 되니 민영화와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사회적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며 '1번안+2번안'의 통합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아무런 의미 없는 제안"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대화는 결국 파업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사측은 "(노조가) 이런 식의 입장이라면 파업 전 얘기한 것과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 조금이라도 진전된 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며 "정책을 입안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다음 날 오전 8시께까지 이어진 16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협상은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한 자리가 됐고, 결국 결렬됐다.

고성과 막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한숨 소리에 실린 서로를 향한 원망과 실망은 그보다 더욱 컸다. 성과 없는 공방이 끝난 후 한쪽은 최후통첩을, 한쪽은 박근혜정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노동계 집회로 서로의 질문에 응답했다.

해결사도 없고, 해결책에 대한 중지도 모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철도파업 사태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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