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화 김승연 회장 경영판단 주장 받아들일 수 없어(종합)
배임에 따른 재산상 손해 서울고법이 엄격히 다시 따져볼 것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양성희 기자] 대법원은 차명 위장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회사에 거액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이 다시 판단토록 했다. 대법원은 김 회장의 경영판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회사에 손해를 입힌 부분은 보다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다시 판단토록 한 부분은 크게 두 갈래다.
대법원은 우선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 계열사의 빚을 지급보증한 뒤, 빚을 갚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달리해 추가로 지급보증에 나선 것이 별도로 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하나의 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위장계열사에 헐값에 넘긴 혐의와 관련해 원심에서 부동산 감정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저가매도에 직접 결부된 후속 조치들이 따로 배임이나 횡령죄에 해당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김 회장은 본인이 차명 소유한 위장계열사에 2004~2006년 지급보증 등의 형태로 그룹 계열사 자금 8994억원을 부당지원하고, 이들 위장계열사가 떠안은 빚을 덜어내려고 인수·합병, 유상증자 등을 통해 회사에 거액의 손해를 떠안긴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1심은 김 회장이 회사에 3024억원대 손해를 떠안겼다 보고 지난해 8월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하며 김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김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기업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조치였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뒤이은 2심 역시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적 가치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훼손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연이은 실형 선고는 앞서 무죄로 판단됐던 한유통, 웰롭 등 위장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를 회사에 대한 재산상 손해로 인정한 측면이 크다.
이사회 결의 등 정상적인 절차를 외면한 채 김 회장의 의사를 좇아 사업관련성이 없는 계열사들을 도운 행위를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볼 수 없고, 부실을 키운 배경엔 그룹 외형 부풀리기와 차입경영 의존도가 한몫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역시 김 회장의 '경영판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 보다 엄격하고 세밀하게 입증하라는 취지”라며 “대기업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계열사의 일방적 희생 아래 불법 지원을 지시하면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의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올해 초 구속집행이 정지·연장되며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채 조울증과 호흡곤란 등 병세를 치료하고 있다. 세 차례 연장에 따른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오는 11월7일까지다. 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됨에 따라 기존의 구속 집행정지 결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김 회장은 재차 기간 연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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