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왼쪽)와 염경엽 넥센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왼쪽)와 염경엽 넥센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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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지난 시즌 4강 문턱에서 좌절한 넥센. 올 시즌은 다르다. 17일 현재 65승 2무 49패로 리그 3위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졌다. 1위 자리도 노려볼만 하다. LG(69승 47패)와의 승차는 3경기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포스트시즌을 향한 행보는 살얼음판에 가까웠다. 지난달 17일 넥센은 4위였으나 롯데, SK로부터 자리를 위협받았다. 각 팀과의 승차는 2경기와 4.5경기였다. 이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구단 역사상 첫 가을야구를 앞둔 비결은 무엇일까.


이장석 구단 대표는 지난해 10월 9일 염경엽 작전, 주루코치와 3년간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등 총 8억 원에 감독 계약을 맺었다. 주된 선임 배경으로 이 대표는 선수단 관리를 꼽았다. “성적을 좌지우지할 요소”라며 “모멘텀(Momentum)을 죽이지 않고 유지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넥센은 올 시즌 원하던 바를 얻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행보를 걷는 듯했으나 후반 매서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SK를 제쳤다. 지난 시즌 7월 31일 넥센은 승률 50.6%로 4위였다. SK는 49.4%로 5위. 최종 순위는 달랐다. SK는 54.6%의 승률로 2위를 차지했다. 넥센은 46.9%로 6위였다. 8월 한 달간 12패(9승)를 당했다. 잔여 경기에선 16패(10승)로 무너졌다. 승률은 38.5%로 7위. 반면 SK는 8월 리그 최다인 15승(7패)을 챙겼다. 잔여 경기에서도 15승 10패로 선전했다.


다 잡은 토끼를 놓친 이 대표는 결국 선수단 수장을 교체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면모는 물론 팀 사정이 여느 때와 달랐던 까닭이다. 4번 타자 박병호는 홈런, 타점, 장타력 타이틀을 거머쥐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거듭났다. 외국인투수 브랜든 나이트는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1위였다. 넥센은 신인왕도 배출했다. 2루수 서건창이다. 127경기에서 타율 0.266 40타점 70득점 39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강정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생애 최초로 20-20(홈런-도루) 클럽에 가입, 중심타선의 힘을 끌어올렸다. 넥센은 팀 부문별 성적에서도 돋보였다. 179개로 도루 1위를 차지했고, 두 번째로 많은 102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28개로 가장 많은 3루타를 치기도 했다.

넥센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넥센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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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건 후반기 주축선수들의 이탈과 부진 탓이 컸다. 선수 대부분이 체력 저하에 부딪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마운드가 그랬다. 535개로 가장 많은 볼넷을 허용했다. 7위 두산(491개)보다 무려 44개가 더 많았다. 이 가운데 120개는 가장 힘을 내야 할 9월 이후에 나왔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3.87로 한화(3.93)에 이어 두 번째 높았고, 이닝당 출루 허용 확률은 1.47로 가장 높았다. 이 대표가 ‘모멘텀을 유지할 힘’을 거듭 강조할 만했다.


중책을 맡은 염경엽 감독을 이 대표는 필드매니저라 일컬었다. 경기의 흐름을 예상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한편 선수단의 컨디셔닝 포함 소통까지 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이 대표는 그 역할이 제대로 이뤄져야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다고 믿었다. 판단은 비교적 맞아떨어졌다. 넥센은 67.4%의 승률도 5월을 1위로 마쳤다. 지난 시즌 54.8%보다 더 좋은 성적이었다. 위기는 6월 바로 찾아왔다. 한 달 동안 13패(8승)를 당해 2위(승률 57.8%)로 6월을 마쳤다. 7월 반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8승(9패)을 얻는데 그쳐 오히려 3위(승률 55.6%)로 떨어졌고, 8월 반타작(11승 11패) 속에 순위는 한 단계 더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거듭된 추락은 재현되지 않았다. 8월 반타작이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이었다. 9월 넥센은 가장 매서운 팀으로 돌변했다. 무려 81.8%의 높은 승률(9승 2패)을 자랑하고 있다. 투타의 조합이 이룬 값진 성과다. 타선은 이 기간 리그 두 번째로 많은 12개의 홈런을 치며 56타점을 올렸다. 장타율(0.441)과 출루율(0.371) 모두 1위다. 장타율과 출루율의 더한 값인 OPS는 무려 0.812. 선수단은 가장 많은 14개의 도루를 남기기도 했다.


마운드의 변화도 눈여겨볼만 하다. 8월 3.93이던 팀 평균자책점은 9월 2.76으로 낮아졌다. 선발, 중간, 마무리의 고른 활약 덕이다. 특히 선발진에선 그간 타선에서만 나타난 팀 체질 개선의 신호가 켜졌다. 변화의 주역은 문성현과 오재영. 특히 문성현은 7월 31일부터 나선 선발 등판에서 5승(2패)을 챙겼다. 중간계투에서 선발로 복귀한 오재영도 8월 22일부터 나선 선발 출격에서 한 차례 패배 없이 3승을 거뒀다. 허리도 강해졌다. 8월 한 달간 10홀드를 거둔 중간계투진은 9월 전체 경기의 절반만을 치르고도 11홀드를 거뒀다. 손승락이 버티는 뒷문도 8월 따낸 8개의 세이브를 이미 챙겨뒀다. 어느덧 손승락은 42세이브로 오승환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47개)를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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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왼쪽)[사진=정재훈 기자]

박병호(왼쪽)[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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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모멘텀이 계속될 경우 넥센은 한국시리즈 직행까지 바라볼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김민성으로 구성된 중심타선은 건재함을 과시한다. 특히 주장 이택근은 최근 3경기에서 6안타(1홈런) 5타점 3도루의 맹활약을 펼친다. 연일 뽐내는 호수비는 덤. 박병호는 최근 4경기에서 8안타(3홈런) 9타점, 강정호는 4안타(2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김민성도 4안타 1타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상위, 하위 가릴 것 없이 한 방을 갖춘 타선은 선수층도 탄탄하다. 올 시즌 2군과의 유기적 관계가 크게 원활해져 부상, 부진에 빠진 선수들을 큰 부담 없이 내려보낸다. 올 시즌 새로운 모멘텀을 이끌어낸 넥센 타선의 진짜 힘이다.


이는 마운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염경엽 감독은 꾸준한 비밀병기 개발로 후반기만 맞으면 비틀대던 팀 체질을 극복했다. 오재영과 문성현을 서둘러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고, 조상우 등을 직접 지도해 선수 투입의 폭을 스스로 넓혔다. 지난 시즌 가장 큰 걸림돌이던 불안한 제구도 많이 나아진 모습이다. 투수진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535개)과 몸에 맞은 공(74개)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볼넷과 데드볼은 각각 457개와 76개로 리그 6위다. 지난 시즌만 못한 나이트(11승 9패 평균자책점 4.34), 밴 헤켄(10승 10패 평균자책점 3.85)의 활약에도 넥센이 사실상 가을야구에 안착한 비결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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