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제공자가 거꾸로 시비를 거는 적반하장의 꼴이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는 방사능 오염 가능성과 이에 따른 소비자 불안이 커 취해진 조치다.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자구다. 중국은 2011년 원전사고 직후부터 후쿠시마 주변 10개 현, 대만은 5개 현에서 나는 모든 식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지난 6일에야 금수 조치를 한 우리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중국과 대만 등에 대해서는 일절 말이 없다가 우리에겐 즉각적으로 WTO 제소 운운하는 건 우릴 얕보는 외교적 무례다.
그 와중에 도쿄전력은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 부근 한 지하수에서 ℓ당 15만베크렐(법정 허용한도 6만베크렐)의 트리튬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닷새 전보다 36배나 급증한 것이다.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다 자국민조차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수입금지 조치를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일본 정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짐작은 간다. 한국의 금수 조치로 수출길이 막힌 일본 수산업체의 항의를 모른 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먼저 할 일은 금수 철회 요구가 아니다. 방사능 오염 우려가 없다면 국제사회가 믿을 만한 분명한 과학적 근거부터 내놔야 한다. 혹여나 일본이 한국의 최대 수산물 수입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압력을 넣으려 생각했다면 양국 무역의 근간을 흔드는 큰 잘못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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