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그는 다시 최차장에게 식사를 가자고 말했다. '말밥이지'라는 말이 나올까봐 마군은 콩글리시로 다시 묻는다. "Can you please have a dinner with me?" 최차장의 대답은 이거였다. "Of horse!" 마군이 부아가 나서 소리쳤다. "이제 선배하곤 절대로 밥 같이 안먹을 거유." 최차장의 천연덕스런 대답. "그래, 말은 여물을 먹어야지."
그러자 한 동료. "모든 길은 로마(馬)로 통하니까…." 다른 동료가 받았다. "그것이 우리의 화두(話頭-말머리) 아니겠어?"
이우철 기자는 시가 한편 생각난다고 했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곁에 있던 후배도 거들었다. 저는 선배를 보면 시인이 생각나요. 청마(靑馬) 유치환. 언젠가 신문에서 인터넷 댓글 사건이 터졌을 때 한 동료가 물었다. "제수씨 괜찮지? 조심해. 요즘 마녀(馬女)사냥 한다더라."
회사의 공지사항을 담은 문서가 가끔 돌아온다. 우린 그걸 회람이라고 부른다. 휴가 날짜를 조정하라는 회람을 들고 마기자가 소리친다. "공지 안보신 분 안계세요?" 이때 옆에서 툭 내뱉는다. "누가 끝말잇기 좀 해줘."
엉터리 비약도 활개를 쳤다. "오늘 그 제목 잘 달았지만 읍참마속(泣斬馬謖)해야겠어." "으이구, 마속은 사람 이름이우. 마군이 술을 먹으면 무조건 말술." 잔을 내려놓으면 말했다. "대동강수 음마무(飮馬無)." 술을 사양하면 말했다. "말을 물가까지는 데려올 수 있지만 먹일 수야 없지." 마군이 그로기 상태가 되었을 땐 "오늘 대마(大馬)를 잡았다!" "정말 한 선량한 인간에게 마구잡이로 이럴 거요?" 그러자 그동안 잠자코 있었던 이영수 차장이 말한다. "마구(馬狗)잡이? 요즘 복날엔 개말고 말도 잡나?"
아무도 모른다. 지금 연신 말꼬리를 잡히며 괴로워하는 마군이 진짜 말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절대로 마각(馬脚)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하느님의 응징을 받아 마사회에서 방금 탈주한 말 한 마리를 놓고 벌이는 우리 부서의 최근의 이지메는 농담이 자아낼 수 있는 아주 심각한 결과를 보여주는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나저나 언론은 복마전(伏'馬'殿)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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