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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에 빌려준 당신 계좌가 범죄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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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年 4만개, 어디서 빼내고 무슨짓하나…그것이 알고 싶다

- 어떻게 빼내나
급전 필요한 금융소비자들 돈 받고 신분증 넘겨
경찰 금융기관 사칭 공인인증서 번호까지

- 어떻게 만드나
지방 소규모 은행지점 찾아 직원과 친분 쌓은뒤 개설
빼낸 정보 이용해 유령회사 만들기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통장 대여합니다. 계좌를 잠깐만 빌려주는 고액 아르바이트 하세요. 빌려주시기만 하면 한 달에 30만원씩 입금해드립니다.
# 경찰입니다. 본인 계좌에서 50만원이 무작위로 인출됐습니다.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계좌정보와 공인인증서 재발급이 필요합니다. 지금 바로 정보를 알려주세요.

위 두 사례는 대포통장을 만들기 위해 사기꾼들이 쓰는 대표적인 수법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대포통장은 연간 4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대포통장이 쉽게 개설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통장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걸까.

◆계좌개설정보, 어떻게 빼돌리나= 대포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정보를 빼돌리는 방식은 크게 '명의자가 자발적인가' 혹은 '비자발적인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자발적인 사례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들이 본인의 계좌정보를 잠시 빌려준다고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다.

특히 인터넷에 위치한 가출 청소년 카페 등에서 금융정보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본인의 계좌정보만 잠시 빌려주면, 한 달을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받을 수 있어 본인의 금융정보는 물론이고 신분증까지 넘겨주고 있다.

두 번째는 비자발적인 경우로, 보이스피싱이나 파밍을 당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범인들은 금융소비자들에게 경찰이나 금융기관 등을 사칭한 뒤 전화를 걸어, 본인의 계좌정보와 통장 비밀번호, 신분증, 공인인증서 번호까지도 요구한다.

◆계좌 개설에서 범죄 이용까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계좌정보를 빼돌린 일당(계좌개설책)들. 이들이 계좌를 만들기 위해 찾는 곳은 지방의 소규모 은행 지점들이다.

이들은 평소 은행 직원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타인의 신분증으로 계좌를 만든다. 동네 고객들과 친분관계가 깊은 농어촌 지점들의 경우 계좌는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동창회 비용 관리, 회사 부서비용 관리 등을 이유로 급하다며 '형ㆍ동생하는 직원에게' 계좌 개설을 부탁한다.

특정인의 명의로 유령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가로챈 고객정보를 중심으로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그 명의로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설립된 유령 회사가 전국에 위치하고 있지만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전국에서 개설된 통장들은 운반책을 통해 수도권 등으로 집중된다. 운반 과정에서 적발되는 것을 우려해 이들은 주로 고속버스 택배 등을 이용한다.

◆특정은행 계좌 '품귀' 현상도= 대포통장 개설 계좌 중에서도 특정 은행이 인기를 끄는 기이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사기꾼들은 대포통장 계좌 중에서도 농협은행과 단위농협 등의 계좌를 선호하고 있다. 이 계좌의 경우 일반 계좌에 비해 4~5배 높은 가격에 팔릴 정도다. 실제로 전체 피싱사기 이용계좌 중 68.0%(2만4740건)가 농협 단위조합과 농협은행에서 개설됐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농협의 경우 금융사기에 취약한 계층이 많은 시골 오지에도 점포와 자동화기기(ATM)가 많아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대포통장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라며 "시스템을 개선하고 대포통장에 대한 위험성 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포통장이란?
통장을 개설한 사람과 실제 사용자가 다른 통장으로, 대출ㆍ피싱사기 등 각종 금융범죄에 이용되는 통장을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ㆍ전화금융사기), 인터넷쇼핑 사기 등의 사기범죄에서 피해자의 돈을 입금받는 통장으로 널리 이용되는 등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본인 명의의 통장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도록 양도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을 양수하는 행위, 통장을 대여하거나 대여받는 행위, 통장에 질권을 설정하거나 설정받는 행위, 양도ㆍ대여ㆍ질권설정을 알선하는 행위 나아가 사람을 속이거나 협박해서 획득한 통장을 판매하거나 수입하는 행위 등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대포통장의 거래가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을 알고도 양도하거나 다른 사람을 속여서 대포통장을 만들게 했을 때에는 '형법'에 따라 사기방조죄 또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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