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과 식사’로 중국 민주화 불씨 모은다
온라인경매 사이트 로우푸, 수익금으로 민주화인사 후원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중국의 한 온라인경매 사이트가 민주화의 불씨를 모으고 있다. 지난 3월 말 개설된 온라인경매 사이트 로우푸(肉鋪)는 경매 수익금으로 인권운동가와 수감중인 반체제운동가의 가족을 돕는다. 개설 후 4개월 동안 경매에서 낙찰을 받은 사람은 8000명이 넘는다. 히트 수는 130만 건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4일 로우푸를 통해 이뤄지는 민주화지지 움직임을 경매에 물품을 기증하는 사람, 낙찰자, 도움을 받은 민주화가족 등의 말을 전하며 소개했다.
로우푸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마켓프레이스에 자리잡고 있다. 주소는 http://shop102963364.taobao.com 이다.
로우푸는 처음 넉 달 동안 기증된 물품과 행사로 10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경매에 부쳐진 물품에는 불가리 핸드백과 같은 고가품에서부터 집에서 빚은 맥주, 그림, 그리고 명사와의 식사 같은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익금이 12만 위안(한화 2195만원)이 모이면 분배된다. 12만 위안은 베이징에서 한 가족이 1년 동안 먹고살 정도의 금액이다. 로우푸 고객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인권운동단체에서 제시한 명단을 보고 대상자를 선정한다. 로우푸는 지금까지 세 가족을 지원했고, 여섯 가족을 더 도울 여력이 있다.
민주화 인사 후원 프로그램은 ‘식사 배달’이라고 불린다. 중국 공산당 독재에 저항하는 정치적인 활동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식사배달당“이라는 말도 생겼다.
로우푸는 지금까지 두 번 일시적인 폐쇄 조치를 당했다. 이 사이트를 개설한 쉬즈롱(47)은 규제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개인적으로 공식 압력을 받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 당국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검열하고 반정부 내용의 게시물을 삭제한다. 쉬즈롱이 올린 글도 삭제된 적이 있다.
쉬즈롱은 전직 의사이자 인터넷 경영자다. 그는 결혼에 대한 책을 써 호평을 받은 뒤 인터넷에서 성과 남녀관계에 대해 상담해주면서 종종 정치적인 의견도 표명했다. 지난 2011년 선거에서는 베이징 한 지역에서 출마한 무소속 후보를 위해 티셔츠를 팔았다.
고기를 파는 가게라는 뜻의 로우푸라는 이름은 그의 필명인 ‘살찐 승려’와 관련이 있다. 소설 서유기에는 스님의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신의 몸을 바쳐 중국 사회가 민주화되도록 하겠다는 뜻일까? 그는 불가사리 비유를 들려줬다. 불가사리가 다리를 잘려도 되살려내듯이, 로우푸가 폐쇄돼더라도 비슷한 사이트가 생겨나 이 방식의 민주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로우푸는 한 사람의 인생 경로를 바꿔놓기도 했다. 중국 동부 닝보(寧波)시에 사는 웨이첸(29)은 최근 자신의 우상을 만났다. 콜롬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리우위(37) 칭화대 부교수다. 웨이첸은 로우푸 경매를 통해 리우위와 만나는 자리를 낙찰받았다. 경매에는 17명이 참가했고, 가격이 1만1300 위안(한화 207만원)까지 치솟았다. 은행원 웨이첸의 두 달치 월급과 여름 휴가여행 경비를 합한 정도의 금액이었다.
두 사람은 6월 초 칭화대 근처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웨이첸은 리우위에게 “왜 중국이 민주주의로 이행할 것이라고 믿느냐”고 물었다. 리우위는 “대중의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고 대답했다.
웨이첸은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정신적인 공백이 중국 사람들을 이기적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후 은행을 그만뒀다. 캐나다에서 경제학과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서다. 웨이첸은 “중국이 바뀌기는 하겠지만 민주주의를 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알아내고 싶다“고 캐나다 유학의 동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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