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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희성 "고대 앙리 그만, 이젠 서울 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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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 "이젠 서울의 앙리라 불러주세요" [사진=정재훈 기자]

박희성 "이젠 서울의 앙리라 불러주세요"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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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앙리'란 별명의 시작은 초등학생 때였다. 국내에 유럽축구 인기가 불붙던 2000년대 초반이다. 아스날에서 뛰던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가 만들어낸 엄청난 골들은 12살 축구소년을 단번에 매료시켰다. 아스날 티셔츠를 입었고 늘 앙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에 '사인회 난입'까지 계획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특출 나지 않은 실력과 미드필더란 포지션에도 사람들은 그를 앙리라 불렀다. 어린 시절 박희성(FC서울)에게 앙리란 또 다른 이름이자 꿈을 상징하는 두 글자였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8년. 평범한 축구 선수였던 그는 훌쩍 큰 키와 함께 공격수로 전업했다. 청소년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이내 사고를 제대로 쳤다.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2-1 승)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이듬해 고려대 입학 뒤엔 2009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장, '8강 신화'를 함께 했다. 그 때부터 앙리란 별명은 그에게 독이 됐다.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을 놓치면 늘 숱한 비난이 뒤따랐다. 애칭으로 불리던 '고대 앙리'엔 "저게 무슨 앙리야"란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었다. 예상치 못한 슬럼프가 찾아온 것도 그 때부터였다. 당연한 줄 알았던 2012 런던올림픽 티켓도 그의 손을 떠났다.
박희성은 남들보다 늦은 올해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더 이상 예전의 주목받는 공격수는 아니었다. 신인 선발 과정에서부터 드러났다. '최대어'란 평가는커녕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외면을 받았다. 더구나 입단한 팀은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데얀(데얀 다미아노비치)과 올림픽대표팀 공격수 김현성이 있는 FC서울.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벤치에서만 시간을 보낼지도 모를 처지였다. 하지만 박희성은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섰고, 서울 공격의 한축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더 이상 '고대 앙리'란 별명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박희성이란 세 글자로 불리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 대신 '서울 앙리'란 새로운 이름을 바란다. 앙리는 여전히 그에게 꿈을 상징하는 두 글자이므로.

박희성은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FC서울에 입단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박희성은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FC서울에 입단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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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부모님 중 외국분 계시니?"
드래프트 때 얘기부터 해보자. 박희성. 대학 때부터 워낙 유명한 공격수였다. 당연히 자유계약으로 좋은 대우 받고 프로에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자유계약은커녕 신생팀 우선지명에서조차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자유계약에 내심 기대를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안되더라도 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목표였다. 그런데 부천FC와 안양FC가 우선지명을 행사한다고 하더라. 남들보다 오래 아마추어에 있었는데 프로까지 2부 리그에서 시작하기는 꺼려졌다. 그래서 우선지명은 피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것도 막상 안 되니까 기분이 좀 그렇더라(웃음).

드래프트가 열리는 동안 굉장히 초조했겠다.
그 때 학교(고려대)에 수업이 있었다. 귀에 들어올 리가 있겠나. 강의실에 안가고 혼자 카페에서 휴대폰만 쳐다봤다. 우선지명에 뽑혔던 친구 몇 명이 드래프트장에서 실시간 중계를 해줬다. 시작한지 얼마 안 돼 3순위로 FC서울에 뽑혔다고 연락이 왔다. 보는 순간 '이제 됐다'는 기쁨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주변 우려와 달리 서울은 정말 오고 싶은 팀이어서 더 행복했다.

보통 청소년대표팀 출신 선수들은 대학을 중퇴하고 프로에 오는 편이다. 그런데 박희성은 졸업까지 하고 프로에 왔다.
대학 1학년 때 20세 이하(U-20) 월드컵 마치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프로에 가기엔 아직 경쟁력도 부족하고 어리다고 생각했다.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퇴하기도 아깝고, 졸업장 받고 프로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리고 K리그를 선택했다. 사실 J리그나 유럽 얘기도 없던 건 아니었는데.
대학에서 해외로 곧장 나가면 그렇게 큰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렇게 했다가 고생하는 선수들도 많고. J리그에 갔던 동료들 얘기를 들어보니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K리그에서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황선홍 같은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되고 싶다'라고 했더라. 그런데 최용수 감독이 있는 서울로 왔다.
맞다. 대학교 때였다. 아...(짧은 한숨) 그 때 그냥 최용수 감독님이라고 할 걸. 그건 아직 모르시는 거 같다. (웃음)

최 감독이 장난 많이 친다고 들었다. 우리 팀 다섯 번째 외국인 선수라고.
뭐 그런 이야기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많이 들어서...(웃음). 예전 올림픽대표팀 시절 말레이시아 전지훈련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이회택 당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께서도 정말 진지하게 물어보셨다. 부모님 중에 외국분 계시냐고.

그리고 프로에, 그것도 '디펜딩 챔피언'인 서울에 와보니 어떻던가.
입단할 때부터 당장 경기엔 많이 못 뛸 거라고 생각했다. 데얀이란 엄청난 선수에 (김)현성이형까지 있으니. 물론 시·도민구단에 가면 출장 기회는 많았을 거다. 하지만 여기서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며 배우는 태도를 갖자고 마음먹었다. 기회는 언젠가 오기 마련이다. 괜히 의기소침하지 말고 마음 비운 채 그때를 준비하려 했다. 감독님도 훈련 때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다.

적응하긴 어렵지 않았나.
다른 팀도 다 이런지 모르겠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다. 특히 형들이 많이 챙겨줘서 적응을 빨리 했다.

누가 특히 잘 해주던가.
(김)진규형이다. 괌 전지훈련 때 같은 방을 썼다. 처음엔 유명한 선수고 무서울 줄 알았는데, 장난도 엄청 많이 치면서 가깝게 대해줬다. 오히려 (김)치우형이 좀 무섭다. 시크한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평소엔 친근한데 경기장에선 엄청 진지하다.

유독 인상 깊은 선수를 고른다면.
서울 와서 두 번 놀랐다. 일단 데얀. 왜 최고 공격수라고 불리는지 알겠더라. 슈팅부터 헤딩, 움직임, 볼 왔을 때 대처 등등. 부진한 것 같아도 결국 골은 데얀이 넣지 않나. 대학 때 TV로 보면서 왜 수비수들이 데얀을 저렇게 못 잡나 했는데, 직접 보니 이해가 됐다. 두 번째는 (하)대성이형이다. 그전에도 공을 잘 차는 건 알았지만, 같이 운동해보니 형은 한수도 아니고 두 세수 위에 놀더라. 선수들끼리도 '어떻게 저기서 저렇게 하지'란 말을 자주 한다.

▲ "성남전은 '인생경기'였다"

박희성은 선발 데뷔전을 치른 성남 일화와의 경기를 '인생 경기'라고 묘사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박희성은 선발 데뷔전을 치른 성남 일화와의 경기를 '인생 경기'라고 묘사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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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발 출장 경기(7.7 성남전, 3-0 승)를 돌아본다면.
엄청 설렜다. 두 달 넘게 교체로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터였다. 팀도 원정에서 2연패했고, 데얀까지 부상당해 기회가 올 줄은 알았지만 선발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맹활약했다.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추가골까지 어시스트했다. 특히 두 번째 골 장면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몰리나(마우리시오 몰리나)에게 패스하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성남 수비수들이 나한테 쏠려 몰리나가 자유로운 공간에 있었다. 난 골을 직접 넣는 것 못잖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게 몸에 배어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 모습이 기억난다. 양쪽 다리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모두 아이싱(얼음찜질)을 해 마치 로보캅처럼 걸어 들어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로 여겼다. 잘하면 더 올라서겠지만, 못하면 더 이상 기회도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의 출전이라 풀타임은 못 뛸 테니, 작정하고 전반부터 온힘을 다해 뛰었다. 나중엔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경력이 나더라. 더 뛰고 싶어도 못 뛰어서 벤치에 교체 사인을 냈다. 몸과 마음을 모두 쏟아 부었다.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집중력 있게 뛴 경기였다.

그 날 경쟁자인 김현성과 교체가 됐다. 둘이 교차하는 모습에서 미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말은 안 해도 둘 사이 경쟁은 분명히 있다. 데얀은 확실한 선발이고, 제2 공격수 자리를 두고 나와 현성이형이 경쟁하는 것 아닌가. 서로 의식하는 건 당연하다. 또 내가 U-20 대표팀과 아시안게임에 나갔고, 현성이형은 런던올림픽에 갔었다. 형이 잘하면 나는 더 잘하고 싶고. 아마 형도 그럴 거다.

둘이 1년 터울이다. 대표팀 내 경쟁자였다가 이젠 소속팀 내 경쟁자. 참 얄궂은 운명인데.
서로 엄청 친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좀 묘한 관계다. 아, 내가 3월에 형이 신은 축구화가 좋아보여서 하나 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준다! 다른 형들은 말하면 팍팍 주는데. 살짝 견제하는 것 같다(웃음).

▲만감이 교차하는 별명 '고대 앙리'

'고대 앙리'로 유명했다.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앙리란 별명은 어린 시절 본인이 직접 지은 거라고 했는데.
하하. 엄밀히 말하면 내가 지은 건 아니다. 초등학생이던 2001년 국내에 유럽 축구붐이 일었고, 당시 앙리가 아스날에서 엄청 잘했다. 나도 앙리를 좋아했고, 한 후배가 나보고 피부가 까매서 앙리 같다고 했다. 그때부터 아스날 티셔츠에 앙리 축구화도 신고 다니며 좋아하는 티를 팍팍 냈다. 그러자 동료들과 감독님에 다른 팀 선수들까지 이름대신 앙리라고 부르더라(웃음). 그게 고등학교 때 제대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대 앙리'는 좀 만감이 교차하는 별명이었다.

왜?
물론 좋은 의미도 있지만, 청소년 대표팀에서 부진할 때 네티즌들이 비꼬면서 알려진 별명이라 그런 것 같다. 처음엔 그저 좋아하는 선수였는데, 나중엔 '저게 무슨 앙리냐'란 말도 듣고 부담이 많았다. 물론 앙리는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선수다. 어렸을 때부터 경기 다 챙겨보고 따라하고... 아주 미쳐있었다(웃음).

'고대 앙리' 시절의 박희성. 연세대와의 경기 도중 (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고대 앙리' 시절의 박희성. 연세대와의 경기 도중 (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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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표팀 얘기가 나온 김에 묻자. 2008년 19세 이하(U-19) 대표팀에 막내로 발탁됐다. 아르헨티나전(2-1 승) 결승골도 넣으며 주목을 받았고.
아, 그거 어떻게 기억하나. 내가 축구 시작한 뒤 첫 태극마크였다. 다른 형들은 중학교 때도 대표팀에 들어왔지만 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서야 뽑혔다. 처음엔 실감도 안 나고 얼떨떨했다. 신문에 내 이름 나오면 신기하고 그랬다.

이 정도 체격과 득점력에 왜 그렇게 늦게 대표팀에 뽑힌 걸까.
중학교 때까진 평범한 선수였다. 포지션도 미드필더였고.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키가 엄청 많이 컸고 공격수로 전환하면서 뒤늦게 주목받았다.

그리고 2009 이집트 U-20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1-1 무)에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치며 비난도 받았다. 19살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가혹했는데.
이집트가 인터넷이 잘 안돼서 기사나 댓글은 못 봤지만 예상은 했다. 진짜 많이 힘들었다. 혼자 달 쳐다보면서 한숨 쉬고...(웃음) 홍명보 감독님이 정말 큰 힘이 돼 주셨다. 인터뷰에서 '박희성은 대학 1학년이고 상대 수비수는 분데스리가 선수들'이라고 말씀해주시고. 코칭스태프부터 형들도 감싸줬다. 밖에선 뭐라고 해도 안에선 단단한 믿음을 줬다. 결국 다음 미국전(3-0 승)에서 (김)보경이형 골을 어시스트하며 부담도 털어냈다.

한 때 '홍명보호의 황태자'란 말도 들었는데, 결국 올림픽에는 못 나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다 프로 선수고 나만 대학선수였다. 결국 프로에서 뛰며 경쟁하고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난 아마추어에 머무르다보니 아무래도 컨디션이나 기량 모두 형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막상 올림픽에 못가니 아쉬웠지만, 그래도 응원은 정말 열심히 했다. 그 팀이 생길 때부터 같이 있었고, 또 나름 스토리가 있고 끈끈한 팀 아닌가. 경기를 모두 생방송으로 챙겨보며 응원했다.

운동선수가 새벽 중계 챙겨보며 응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난 축구는 무조건 생방송으로 봐야 직성이 풀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챔피언스리그, 아스날 경기 전부 새벽에 봤다. 난 무조건 봐야 한다. 안보면 안 된다. 내 사전에 다운로드, 재방은 없다. 새벽 네 시에 합숙소에서 축구 보다가 코치님께 걸려서 혼나도 다시 들어가서 TV켜고 그랬다. 나중엔 그러려니 하시더라. (웃음)

그러고 보면 홍명보 감독에 대한 마음도 남다르겠다.
성남전에 홍 감독님이 오셨다. 이상하게 대학 때부터 감독님이 지켜보시는 경기는 잘 풀리더라. (Q: 홍 감독도 앙리라고 부르나?) 아니다. '못난이' '짱구'라고 많이 부르신다(웃음). 처음 서울에 드래프트되고 감독님께 전화 드렸는데 최용수 감독님이 최고의 공격수 출신이니 배울 게 많을 거라고 덕담해주셨다. 감독님은 청소년대표 시절 날 항상 뽑아주셨고, 나 때문에 비난도 많이 받으셨다. 고려대 선수라고 뽑는다고. 처음엔 그 말이 많이 신경 쓰였는데, 나중엔 감독님께서 항상 소신껏 선수를 선발하시는 걸 알았기에 나도 그렇게 생각 안했다. 언젠가 올림픽대표팀에 나 대신 배천석(포항)이 뽑혔다. 그 때 감독님께서 '우리 팀엔 결정력이 더 좋은 선수가 필요하다'라고 냉정하게 인터뷰를 하셨다.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더 노력하려고 했다.

홍명보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어떻게 다른가.
홍 감독님은 말수도 적으시고 카리스마가 있다. 또 선수에게 강한 믿음을 준다는 걸 선수 본인도 느낄 정도다. 반면 최 감독님은 엄청 열정적이시다. 잘못했을 땐 언성도 높이시지만 뒤끝도 없다. 덕분에 선수도 실수는 빨리 깨닫고 다음 상황에 바로 집중할 수 있다.

상황 판단이 빠른 친구인 것 같다.
하하하. 다음 얘기로 넘어가자.

▲ "이젠 서울 앙리라 불리고 싶어요"

박희성은 후반기 FC서울의 대도약과 함께 공격 포인트 행진을 약속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박희성은 후반기 FC서울의 대도약과 함께 공격 포인트 행진을 약속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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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리그 후반기다. 데얀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텐데.
시즌을 치르면서 입단했을 때와 마음가짐이 좀 바뀌었다. 처음엔 막연히 열심히 뛰자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한 단계 올려서 짧은 시간에도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주고 싶다. 본분이 공격수인 만큼 공격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올릴 생각이다.

아까 '고대 앙리'란 별명은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럼 이젠 박희성 이름 석 자로 불리고 싶나. 아니면 '서울 앙리'인가.
'서울 앙리'다. 일단 아직도 '고대 앙리'라고 불리는 건 내가 서울에서 자리 잡지 못한 느낌이 들지 않나. 그리고 언젠간 앙리와 만나고 싶다. 만나서 내가 진짜 팬이라고 얘기해 줄 거다(웃음).

그럼 아직 앙리를 만난 적이 없나? 예전에 한국에도 왔었는데.
그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앙리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엄마를 졸라 용돈 20만원 받고 서울에 올라갈 준비를 다했다. 지하철 노선도도 다 외워두고, 무한도전 촬영장에 코엑스 사인회에 쫓아가 난입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리고 말해주려고 했다. 나 '이리고 앙리'라고(웃음). 아직 태어나서 한 번도 못 만나봤다. 꼭 만나고 싶다.

골 많이 넣고 우승한 다음에 감독님께 뉴욕 레드불스랑 평가전 한번 하자고 졸라 보는 건 어떤가.
(옆에 있던 구단 홍보팀 관계자 눈치를 살피며) 하하하.

마지막 질문이다. 박희성이란 선수는 엄청난 잠재력이 아직 덜 발현된 선수인가, 아니면 늦게 차오르는 대기만성형인가.
난 절대 타고난 선수가 아니다. 대표팀도 고3 때 겨우 갔다. 노력으로 발전하는 타입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 운동 정말 열심히 했다. 운동 욕심이 엄청 많다. 중학교 때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365일 새벽운동, 저녁운동 다 했다. 원래 새벽 운동을 6시30분에 나갔는데, 다른 친구가 6시15분에 나가면 난 다음날 6시에 나갔다. 그래서 5시에 나가서 새벽 운동을 두 시간 넘게 하기도 했고, 준비하는 소리에 친구가 깨서 같이 나갈까봐 운동복입고 스타킹도 신발장 옆에 두고 잤다. 어떨 땐 3시30분에 하는 챔피언스리그 때문에 그거 보고 바로 나간 적도 있을 정도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더 있다고 믿는다. 프로로서, 국가대표로서 큰 족적을 남기고 정상에 섰을 때 미련 없이 은퇴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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