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로커 줄줄이 구속기소
"세무조사 시킬거다" 인맥 뻥튀기, '이혼 전문', '회생 전문' ···인 척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법적 도움을 구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인맥이나 전문성을 빙자해 잇속만 챙긴 법조 브로커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민생활침해사범 단속의 일환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박찬호)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모(68)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6~9월 "민사소송에서 이기게 해주겠다“며 법원장 등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5차례에 걸쳐 모두 1억 8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같은해 11월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청탁해 민사소송 상대방의 변호사를 세무조사로 압박할 수 있다”며 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지난해 3월 처남에게 20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김씨는 평소 고위직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세무조사 시킬거다”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가 실제 청탁에 나서기는커녕 재판부를 비롯해 법원장, 국세청 간부들을 알지도 못하는 데다, 받아 챙긴 돈은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전문가 행세로 돈벌이에 나선 사무장들도 적발됐다.
정모(40)씨는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의뢰인 20여명으로부터 수임료 명목으로 1억 6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몸소 법률상담 사이트를 열어 의뢰인들을 꾄 뒤 이혼소송 전문가를 자처하며 증거조사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뢰인들은 상대 배우자의 흠을 잡아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변호사 수임료가 아닌 몫에도 지갑을 열었다.
검찰은 정씨가 흥신소 직원과 짜고 지난해 9~10월 의뢰인의 남편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무단수집한 위치정보를 의뢰인에게 넘겨준 혐의(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위반)도 함께 적용했다.
박모(54)씨는 법무법인 사무장으로 일하며 법인회생 전문가를 자처해 지난해 2~11월 의뢰인 3명으로부터 모두 1억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은행담당자에게 청탁해 기업회생금융동의서를 받아주겠다”며 회생 대상 업체 대표로부터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받고 있다.
변호사법은 사무장을 포함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금품 등을 대가로 소송사건 등에 관한 법률사무를 취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정씨와 박씨는 오히려 소속 사무실 변호사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의 경우 변호사와 이름이 비슷한 친척 명의 계좌로 돈을 받아 의뢰인의 눈을 속이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사무장들과 고용관계를 유지한 변호사들이 수익을 나눠 갖기로 짜고 함께 범행에 나섰을 가능성도 의심했으나, 해당 변호사들은 사무장들의 범행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혼이나 법인회생 사건의 경우 정해진 틀대로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호사가 직접 업무처리를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을 사무장들이 악용한 것으로 진단했다.
검찰은 “브로커 등 법조비리 사범들을 지속적으로 엄단해 사법 약자인 서민들이 거짓말에 넘어가 금전적 피해를 입거나, 사법 불신이 조장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검찰관계자는 “법률서비스가 필요하면 브로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변호사를 통해 합법적인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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