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대우건설 사장 인선을 지켜보며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대우건설 사장 인선작업이 박영식 부사장 내정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사회와 주주총회라는 절차가 남긴 했지만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내부 출신 건설전문가의 최종 낙점으로 일단락이 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 사장 인선 과정에서는 자칫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발릴 뻔 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5월24일 서종욱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사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된 직후부터 "BH(청와대)가 내정한 외부인사가 있다" 등등 갖은 설이 분분했다. OB 출신의 한 인사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쪽에 줄이 있다는 식으로 일찌감치 일부 언론에 실명이 거론되면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사실 당연한 정치행위다. 집권 과정에서 공을 세운 인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은 정치의 기본이고, 논공행상의 수단으로 공공기관 사장 자리는 상당히 유용하게 쓰여져 왔다. 물론 전문성이 결여됐거나 함량 미달인 인사를 앉힌다면 문제지만, 대통령이 자기 뜻에 맞고 공을 세운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엄연히 민간기업이다. 공기업인 산업은행 아래에 있기는 하지만 지난 2년간에도 대우건설은 자율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산업은행은 점령군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재무부문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정권이 실제 산업은행을 매개로 민간기업인 대우건설 사장자리까지 '제편 나눠주기' 수단으로 쓰려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사추위가 인선 과정서 이런 논란의 불씨를 없애기 위해 내부 인사로 추천대상에 선을 그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추위가 추천한 박영식 부사장은 대우건설 공채 출신으로 건설에 대한 전문성이나 조직장악력 등의 전반적인 항목에서 대우건설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 인선 과정에서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물러나는 사람에 대한 정권의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물론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재임 기간 동안 벌어진 잘못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가려서 물어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오히려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잘못은 사회 정의를 위해서라도 더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집권 직후 논공행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대우건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연이은 압수수색이 단행되고, 서종욱 사장에 대한 고강도 검찰조사가 이뤄지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타이밍이 참 공교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서 사장 개인 입장에서 퇴임은 단지 30년 이상 젊음을 바쳐 일해온 직장을 떠나는 의미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인생을 아름답게 경영하고 싶은 한 인격체로서 인생 후반의 중대한 전환점인 것이다. 건설업계 전반에서 보면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선배의 퇴장이기도 하다. 개인의 명예로운 은퇴는 업계는 물론 정부의 배려도 필요한 중요한 이벤트임에 틀림이 없다.
만약 한 나라의 경제 성장에 이바지를 한 경제인의 명예가 단지 정치 논리 때문에 상처를 받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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