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부실···허술한 대출심사, ‘간부-업자’ 유착 결과물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재향군인회가 떠안은 수천억원대 부실은 결국 허술한 운영을 틈 타 일부 간부들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유착이 낳은 재앙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강남일)는 그간 재향군인회 부실대출 사건을 수사해 재향군인회 간부 및 시행사·시공사 관계자 5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13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2011년 8월부터 PF대출로 6000억원이 넘는 빚을 떠안은 재향군인회의 부실 대출 의혹을 살펴보다 지난해 초 재향군인회의 고소를 계기로 10개 대출 사업장에 대해 본격 수사 착수했다.
검찰 수사 결과 재향군인회는 신규 수익사업 발굴 명목 아래 2004년 6월부터 직영 ‘사업개발본부’를 설립해 PF대출을 시작했으나, 대출 내부 심사 절차인 ‘투자심의실무위원회’, ‘수익사업심의위원회’는 사업성 여부 검토 능력이 부족해 형식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재향군인회는 돈을 빌려준 사업장의 부실로 원금마저 잃을 판국에 놓이자 사업중단 조치로 손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추가 대출로 손실을 키운 악수를 둔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현재까지 재향군인회가 대출한 6185억원 가운데 3분의 2에 가까운 4000억여원이 미회수 상태다.
부실을 키운 과정엔 간부의 일탈과 가짜 서류, 인맥이 모두 동원됐다.
검찰은 충실한 사업성 검토 없이 3개 사업장에 420억원을 부실 대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윤모 전 재향군인회 사업개발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윤씨와 짜고 부실대출에 나서는 한편 시행사 대표들로부터 대출 대가로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배임수재 등)안모 전 사업개발본부 주택부장은 구속 기소했다.
구속 기소된 안산 워터파크 개발사업 시행사 대표 김모씨의 경우 220억원을 부실대출 받으면서 그 대가로 안 전 부장에게 4억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제표 등을 꾸며 내 430억원을 사기 대출 받은 J건설 대표 이모씨도 안 전 부장에게 대출 대가로 1억원을 건넸다. J건설의 경우 2006년 실제 매출액이 19억원대에 불과해 사실상 자본잠식에 가까운 상태였음에도 매출액을 2900억원대로 부풀린 서류로 재향군인회 돈을 빌려갔다.
시공능력이 부족해 번번히 금융권 대출이 거절된 파주·평택 아웃렛 사업장 시행사 대표 신모씨의 경우 육군 중령 출신을 동원해 재향군인회로부터 15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 기소된 신씨는 유명가수 지인, 허위분양자 등을 내세워 거액을 대출받은 뒤 이를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한국 전쟁 중인 1952년 창설된 재향군인회는 1961년 법인으로 격상된 이래 현재 전국에 85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종합사업본부,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본부 등을 직영하며, 산하기업체로 중앙고속, 통일전망대, 재향군인회 상조회 등이 있다.
재향군인회는 사업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불우회원 구호와 생계보조, 장학금 지급, 국군장병 및 전사용사 위문, 안보교육 등 활발한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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