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완연한 봄이 왔다. 따스한 봄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봄나들이 가기 좋은 날이다. 주말이면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들로 산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농촌지역 곳곳에 있는 저수지 제당(堤塘)에도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냉이며 쑥 캐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이처럼 봄을 맞는 농촌의 풍경은 평화로운 생동감이 물씬 묻어나고 있다. 여유와 풍요의 상징이자, 농촌이라는 지역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경관으로서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농촌을 농촌답게 하는 또 다른 자연자원의 하나는 물이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시냇물과 하천은 고향의 추억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마을마다 한두 개씩 있는 크고 작은 저수지는 농지에 생명을 공급하는 농업용수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저수지의 가장 본원적 기능이다.


최근에는 저수지의 역할이 다원화되고 있다. 경관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시대에는 환경보다는 개발이 우선됐다.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거쳐 지속가능한 개발 또는 개발보다는 환경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농촌지역에서의 사업형태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저수지를 비롯한 수리시설물 정비 또한 친수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저수지와 용배수로 농업수리시설이 농지에 물을 공급하고 물을 배수하는 역할만 담당했다면, 이제는 농촌경관을 고려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다원적 기능으로의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저수지, 수로와 농지는 자연녹지와 어우러져 다양한 생명체가 모여 사는 공간이 되고, 동식물이나 어류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지역주민에게는 농업용수, 생활용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도시민들에게는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농업수리시설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공간을 형성해 왔지만 산업화에 따라 생산성 향상과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발을 추구하면서 수리시설의 정비는 주로 이수, 치수를 위한 단일기능에 편중되게 됐다.


또한 사람들의 편의 위주와 유지관리가 용이한 형태로 변하다 보니 주변 환경과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농촌의 다양한 생명네트워크를 단절시키는 원인이 됐다. 이는 누구나 찾고 싶은 농촌, 추억이 가득 담긴 농촌의 풍경과 농촌다움의 가치를 잃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농업수리시설에 대한 재인식과 활용욕구가 높아지면서 친수시설과 농촌을 관광자원으로 정비하고 농촌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저수지와 용배수로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에서 이를 반영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농업ㆍ농촌 정비사업에서는 효율성과 경제 합리성 추구를 우선시하다 보니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농촌의 경관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자연소재를 활용하는 공법의 개발과 자원 활용, 생물의 서식공간을 창출해 환경친화적 농업체계 구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물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사전에 하천의 흐름 상태, 수로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사람의 접근 정도에 따라 지역의 자연소재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니터링한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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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고려한 수리시설물 정비를 통해 환경친화적으로 국토와 농촌경관을 보전하면서 농촌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농촌에 대한 향토애 증진과 지역사회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보전하는 기능도 기대한다.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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