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지난 25일로 한 달이 됐다. 부정부패 문제에서 여성 정치 지도자가 남성 정치 지도자보다 깨끗하리라는 생각, 국민복지에 더 신경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박 정부 출범에 한몫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행복지수' 10위권 안에 든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ㆍ핀란드ㆍ노르웨이ㆍ아일랜드 4개국 모두 훌륭한 여성 지도자를 통해 선진 복지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핀란드에서 '국민 엄마'로 추앙받는 할로넨의 경우 2000년 핀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12년 임기 내내 그는 평균 지지율 80%대를 유지할 정도로 국민의 신망이 두터웠다.

반면 아시아의 여성 정치 지도자 대다수는 아버지나 남편, 심지어 오빠의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한 게 특징이다. 민중혁명으로 집권한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을 제외할 경우 이들 아시아 여성 정치인은 집권 내내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


이를 보면 부정부패 문제에서 여성 지도자가 남성 지도자보다 과연 깨끗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ㆍ경제 참여율이 높을수록 국가의 투명성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 역사에서는 신라시대에 이미 세 여성 지도자가 배출됐다.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27대ㆍ재위 632~647년), 그 뒤를 이은 진덕(28대ㆍ재위 647~654년), 신라 말기의 진성(51대ㆍ재위 887~897년)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많은 남자 귀족이 있었음에도 여왕으로서 생을 마감했다. 왕위에 오른 뒤 반란이나 찬탈로 쫓겨난 일이 없었다는 얘기다.


신라 당대에는 여왕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혼재했다. 그러나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여왕은 '여주(女主)'로 폄하됐다. 이는 남성 중심의 유교이념이 자리 잡는 시점과 일치한다.


고려시대 '삼국사기'에 따르면 선덕여왕 당시 반란을 일으킨 상대등 비담은 '여주불능선리(女主不能善理)'라고 외쳤다. '여자 주인은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다'는 뜻이다. '여왕'이 아니라 '여주'다. 조선시대 '동국통감'에서도 여왕은 여주로 폄하돼 있다.


왜 신라에만 여왕이 존재했을까. 사학자들은 신라가 지리적으로 한반도 동남쪽에 치우쳐 있어 정치ㆍ경제ㆍ사회의 모든 요인이 대체로 안정적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안정이 여왕을 탄생시킨 하나의 배경이었다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유교이념이 많이 퇴색하고 사회적으로 다소 안정된 지금 집권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잇따른 '인사 참극' 때문이다. 남경필 의원은 "참모진의 잘못과 무능을 이야기하기보다…임명권자의 인사 시스템과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평가 및 수정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한 한 친이명박계도 같은 목소리다.


엘리자베스 1세가 잉글랜드 여왕으로 즉위한 1558년만 해도 잉글랜드는 2류 국가였다. 당시 유럽의 패권은 스페인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가 끝났을 때 잉글랜드는 신흥 강국이 되고 스페인은 몰락으로 치닫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1세가 위대한 군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어디서나 백성과 어울린 덕이다. 이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초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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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리더는 뭐든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철통 보안 인사만 고집하다간 밑의 의견을 들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밑의 의견과 차단되면 북유럽의 복지국가, 엘리자베스 1세의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ica)'는 고사하고 부정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여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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