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김비아 인턴기자]"요즘 전세 가격이 엄청 올랐어요. 그래도 없어서 못 팔아요."(세종시 첫마을아파트단지 내 세종제일공인 표성수 대표)
국무총리실과 국토해양부 등 6개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후 6개월여가 지나며 전세대란이 더 심화되고 있다. 출퇴근하던 공무원들이 정착하려고 하는 데다 곳곳에 널린 건설현장 투입 인력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세종청사에 가까워지면 공사현장은 더 늘어난다. 각종 건설자재를 실은 덤프트럭들이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차량인 바이모달트램, 버스들과 함께 도로를 누빈다. 타워크레인과 철골구조물들이 벌판을 점령하고 있다.
자연스레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건설인력들의 임차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2012년 12월 말 기준 현장사무소가 설치된 공공·민간 건설현장은 총 108곳이다. 이곳에 투입되는 건설인력은 하루 평균 9328명에 달한다.
인근 백공인 관계자는 "건설근로자들이 세종시 원룸 월세수요를 거의 채우고 있다"며 "원룸의 경우 수요가 많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45만원은 줘야한다"며 "인근 유성 지역과 비교했을 때 가격은 비슷하지만 주변 편의 시설 등을 고려하면 비싼 편"이라고 전했다.
건설근로자들이 세종시 전·월세가격을 올리는 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백공인 관계자는 "인근 월세가 싸지 않은 데다 편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일부 공무원들은 전세를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세종시 첫마을아파트에 전세를 구해서 작은 평수에는 혼자 거주하고 큰 평수에는 몇 명이 함께 들어가 살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세종시 전세가 상승률은 전주 대비 1.03%, 전전주 대비 1.24% 오르는 등 수 주째 전국에서 가장 높다. 또 주변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세종시 행복도시 내 첫마을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용면적 101㎡ 기준 2억~2억2000만원이다. 지난해 7월께 1억~1억2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사이에 두 배가량 뛰었다. 전용 84㎡ 전세가는 1억8000만원 가량이다. 당초 첫마을힐스테이트 전용 84㎡ 분양가가 2억~2억40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전세가는 거의 분양가에 육박한다.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음에도 첫마을 아파트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문의는 계속 들어오지만 막상 팔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힘들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현재 행복도시 내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이 지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건축 단계라 내년까지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내년 초 2만가구 규모의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고 원룸·오피스텔 등이 완공되면 하반기부터 임차시장이 급속히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김비아 인턴기자 bia0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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