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전쟁' 원인이 '번호이동 제도'?
'번호이동'은 보조금 과열경쟁의 척도
업계 "해외보다 번호이동 지나치게 쉬워..최소 6개월로 늘려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경고, 경고, 또 경고…'
영업정지기간 중에도 이동통신3사가 아랑곳하지 않고 보조금 잔치를 벌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무리 임원을 불러다 호통을 쳐도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다 공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로 도입 10년째가 된 우리나라 번호이동 제도가 수술대에 올라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번호이동은 자기의 휴대폰 번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통신사만 바꿀 수 있는 제도로, 보조금 과열 경쟁의 척도이기도 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번호이동 제도는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간소하다. 이용자가 통신사를 옮기고 싶으면 A사에 새로 가입만 하면 자동으로 원래 쓰고 있던 B회사가 해지된다.
해외는 다르다. 번호이동 제도를 우리보다 뒤늦게 도입한 일본만 해도 이용자가 번호이동을 하려면 원래 쓰던 B회사에 번호이동으로 A사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B사가 A사에 통보하고, 이용자가 다시 B사 대리점을 찾아 서비스 계약을 맺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시스템이 다른 나라보다 소비자 편리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 관점에 맞췄다는 번호이동이 실상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업계측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도한 번호이동은 이통3사간 보조금 출혈경쟁 악순환을 일으킬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단말기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번호이동 제도 수술 방안 중 하나로 번호이동 금지기간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번호이동을 한 뒤 타사로 번호이동 금지되는 기간이 3개월인데, 이를 최소 6개월로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SK텔레콤을 제외한 KT, LG유플러스는 번호이동 손질이 보조금 경쟁을 완화할 것이라는데는 공감 하나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을 까다롭게 하면 가입자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만 결국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할 묘수도 같이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번호이동 제도 손질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영업정지 이후부터 가입자 쟁탈전에 지친 이동통신3사 모두 번호이동을 좀 더 까다롭게 하자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비사 편리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전의 양면 같은 일이라 신중히 결정해야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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