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개발 직원들은 요즘 이같은 푸념을 자주 내뱉는다.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대주주간 갈등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내몰리면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프로젝트회사(PFV)인 드림허브의 실무를 담당하는 자산관리회사(AMC)다. 드림허브가 이사회 개념이어서 사실상 PFV의 모든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프로젝트회사의 성격상 직원들은 이곳이 어차피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2016년으로 예정된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이후 소수 관리 인력을 제외하면 다시 이합집산을하는 게 개발사업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용산역세권개발엔 드림허브 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에서 파견된 직원과 자체 선발한 직원 등 총 70여명이 모여 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후 상황은 급변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업 수익성에 대한 대주주간 시각차와 코레일-롯데관광개발간 AMC 경영권 다툼으로 사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화려한 훈장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AMC 근무경력도 사업의 운명과 함께 의미가 퇴색할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또 다른 한 직원은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안좋아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개발 사업 조직을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이직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 아니겠냐"고 걱정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에 직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회장이 도지사 출마를 준비한다더라", "대주주사 CEO가 임기 연장이나 공직을 바라고 차기 정권에 줄을 대고 있다더라"는 등의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직원들 입장에선 사실 확인 여부를 떠나 흔들리는 배에서 선장이 먼저 구명선에 탈 준비를 한다고 해석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사실이라면 사업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제 살길만 찾고 있는거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승객들을 먼저 구명선에 태우고 침몰하는 배와 함께 끝까지 운명을 같이 했던 '타이타닉' 선장의 모습을 현실에서 기대한다면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먼저 살길을 찾으려는 선장이 있다면 그에 의지하는 수많은 이들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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