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내 머릿속에 든 것의 '8할'은 섹스, 그것이 아닐까.../윤후명의 소설에 밑줄을 그었다 공감해! 그녀는 뿔처럼 짧게 외쳤다/...섹스는 인생의 극치입니다 그걸 죽을 때쯤 알거나 대부분 모르고 죽습니다...재빠른 목소리의 기차가 그녀의 기억 속에서 스쳐갔다/스쳐가는 것, 순간인 것 황혼녘의 바다처럼 놀랍고 비바람 속에서 울부짖는 갈매기인 것 자정의 시계소리처럼 콰앙쾅 가슴을 치고 달아나는 것, 아 아무것도 아닌 것 유서 같은 것 돌아오고 싶지 않은 것 돌아와야 하는 것 그녀에게 그것은 결혼인 것 그 생각에서 멀어지고 싶던 것 그건 피로한 끼니이므로 따뜻하고 싶다는 그리움이므로 그러나 인습의 리얼리즘이여/그건 사랑하는 이의 냄새를 맡고 혼자가 아님을 살아있음을 진하게 느끼는 것이리라
신현림의 '자정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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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후명 시인을 만난 적이 있다. 이취(泥醉)의 노시인이 늘어놓는 아름답고 경쾌한 섹스 이야기들. 나는 문득 머릿속에서, 신현림의 저 시의 첫 부분에 다시 밑줄을 그었다. 때론 피로한 마음의 끼니와도 같은 섹스. 때론 절절한 유서같은 것. 우리가 지닌 가장 핵심적인 사랑의 에너지를, 우린 같잖은 내숭으로 슬슬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라. 새해 그런 덕담은 어떤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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