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믿었는데, LED와 태양광, 2차전지 줄줄이 위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2008년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내 놓으면서 국내 재계는 일제히 관련 사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여주는 LED와 태양광, 2차전지 사업이다.
2년이 지난 현재, 재계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덫에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사업에 뛰어 든 대기업들은 LED, 태양광, 2차전지 사업 등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아예 종적을 감춘 사례도 심심찮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전을 따른 기업이 큰 피해를 입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톱 다운' 방식 경제 정책이 나은 부작용이라도 진단했다.
장밋빛 전망만을 내세우며 재계의 투자를 독려하고 명령 하달식으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한 여파가 크다는 얘기다.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들은 녹색성장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제자리를 지키며 향후 시황개선을 기다릴 수 있지만 이미 사라진 중견 기업들을 되돌리긴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톱 다운 방식의 무조건적인 정책 하달"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국가 경제의 큰 틀을 잡는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재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범 정부와 재계 차원에서 추진했던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의 상당수가 만성 적자, 업황 악화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관련사업에 뛰어 든 일부 기업의 경우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0년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태양전지ㆍ자동차용 전지ㆍLEDㆍ바이오 제약ㆍ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결정했다. 2020년까지 5대 신수종 사업에 총 23조3000억원의 투자 계획도 밝혔다.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를 제외하곤 모두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조를 맞춘 셈이다.
2년이 지난 현재 5대 신수종 사업중 사업부로 확대 재편된 곳은 의료기기 부문 밖에 없다. 바이오 제약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문제는 태양전지, 자동차용 2차전지, LED 등 녹색성장 관련 사업이다.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그룹도 지난 해 향후 5년간 8조원을 태양광, LED, 수처리, 전기차 부품 등에 투자하는 '그린 신사업' 중장기 전략을 확정짓고 2015년까지 8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년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전기차 보급이 늦어지면서 미국 배터리 공장은 완공 후 라인을 가동도 못해 본 채 방치되고 있다.
태양광 사업 역시 관련 계열사들의 실적을 대거 악화시켰고 LG이노텍의 경우 주력 부문인 카메라 모듈이 선전하고 있지만 매분기 LED 사업의 손해가 늘어나며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포스코 역시 지난 2009년 연료전지와 풍력, 해양에너지, 생활폐기물 연료화 등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에 2018년까지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관련 사업 진출에 나섰다. 그러나 주력인 철강산업의 시황까지 위축되면서 비주력 사업을 모두 내다 파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두산그룹과 한화그룹 역시 태양광과 LED 등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지만 별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 대기업들에게 다행인 것은 투자를 늘려가며 향후 다가올 녹색성장 시대를 기다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이다.
녹색성장에 뛰어든 중견 업체들은 지난 3년간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다. 한때 100여개에 달했던 LED 관련 기업 대다수는 사라졌거나 중국으로 향했고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던 중견 기업중에선 OCI를 비롯한 일부 업체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녹색성장의 우선 순위가 후순위로 미뤄진 영향이 가장 크다. 신성장 동력을 육성해야 하는 시점에 주력 사업의 위기가 닥쳐오며 위기를 초래한 영향이기도 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관련 수혜는 대부분 대기업으로 돌아갔다"면서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의 경우 수년간 사업 정체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도 부족하고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중견기업들은 상당수 사라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