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팀장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일본의 보험산업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신용길 교보생명 사장은 "저금리를 우리 보다 먼저 경험한 일본 사례를 배우도록 했다"면서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배우기는 업계 뿐 아니라 당국인 금융감독원도 예외는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9월말 보험권역에 저금리 및 저성장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면서 일본 사례를 면밀히 살피도록 했다. 또 지난달 말에는 일본 금융청장관이 금융위와 금감원을 잇달아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 때 주제가 '협력'이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저금리 관련된 자료를 방한한 일본 금융청장관에서 부탁하기도 했다.
일본 사례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는 일본 보험이 걸어온 길이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경제 상황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파산절차를 겪은 치요다, 도호, 닛산 등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버블이 붕괴된 1990년대 초반까지 즉시연금과 같은 일시납 저축성보험 상품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판매했다. 또한 리스크 관리도 부실한데다 같은 기업집단내 지급한 대출 역시 높은 수준에 달했다.
이 같은 위험성은 저금리 상황이 시작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자산운용수익이 높아 유지가 가능했지만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는 보험사의 수익을 좀먹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최근 국내 보험 트렌드와 유사하다. 외형 확장을 위해 일시납을 포함한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했고 저금리로 위기가 부메랑처럼 닥친 부분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일본 보험업계는 버블 붕괴 이후 보험료를 높이고 상품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나갔다.
그렇다고 일본 보험사가 위기에 전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다이도생명의 경우 틈새시장에 집중해 정기보험을 판매한 반면 저축성상품에는 신중했다. 또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이요생명과 업무협력을 맺기도 했다. 그 결과 일본 보험산업이 휘청거릴 때도 탄탄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보험시장의 과거를 짚어보면 반면교사 뿐 아니라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안치홍 밀리먼컨설팅 한국대표는 최근 가진 세미나에서 "위기 탈출을 위해 일본 보험사들은 신판매채널을 육성하고 리스크 관리를 확대했으며 상품도 리모델링했다"면서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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