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설범식 부장판사)는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공판을 계속했다.
양씨는 2008년 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변호사비 명목으로 3억원을 빌려준 인물이다. 양씨는 당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 2대에 걸쳐 신한은행 비서실장을 지낸 이모씨의 부탁으로 돈을 내줬다.
검찰은 문제의 3억원을 신 전 사장이 조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변호사비 명목의 개인적인 돈을 은행장 업무추진비 등 법인자금으로 갚으려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양씨는 故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에 대해서는 “이 명예회장의 아들이 ‘신한은행이 아버지에게 돈을 가져오는걸 봤다’고 말했다”며 “차남이 (그 돈을)자문료로 단정했다”고 말했다. 자문료 명목으로 조성된 자금이 실제 이 명예회장 측에 건네졌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자문료 명목으로 조성된 15억여원의 성격을 신한은행 경영진의 비자금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법정엔 신한은행 일본현지법인 직원 구모(35)씨도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구씨는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구씨는 재일교포 주주 김모씨가 신한은행 경영진에 맡긴 5억원을 대여금고를 통해 관리하는데 관여한 인물이다.
그간 법정에서 나온 진술 등에 따르면 문제의 5억원은 금융정보분석원의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300~1700만원씩 잘개 쪼개 현금화한 뒤 대여금고에 보관돼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돈이다. 이 전 행장 측은 5억원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변론을 전개했다.
구씨는 대여금고 5억원에 대해 당시 이모 비서실장과 자신의 전임자인 또 다른 이씨, 나중에 금고를 옮기는 과정에서 알게 된 천모 차장 외엔 비서실 직원들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구씨는 특히 “대여금고에 놀라는 눈치였다”며 이 전 행장이 대여금고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구씨는 대여금고의 존재가 알려진 후 이 전 행장으로부터 “손대지 말라(현금화하지 말라는 의미)”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구씨는 그러나 이어지는 검찰 심문 과정에서 비서실의 개입 여부 관련 불투명한 진술을 남겨 신빙성에 의문을 남겼다. 검찰은 구씨가 작성한 비서실 회의기록 중 금고개설 지시 항목이 포함된 점을 토대로 5억원의 존재 및 대여금고를 통한 관리 사실을 비서실 직원들이 함께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씨는 비서실장 이씨로부터 대여금고 개설을 지시받은 시점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서도 “구두로 지시를 받아 회의날 아침에 적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직전 “회의 중 ‘갑자기’ 대화내용(구두지시)이 떠올랐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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