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양승호 감독은 왜 롯데 지휘봉을 내려놓았을까.
롯데 구단은 “양 감독이 지난 24일 장병수 대표이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사퇴 의사를 수용키로 했다”라고 30일 밝혔다.
사의 표명은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발언이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 번지자 양 감독이 돌연 태도를 바꾼 까닭이다. 그는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치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 매체를 상대로 “사퇴 관련 기사가 나와 당황스럽다.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기사가 나왔다”라며 펄쩍 뛰었다. 다음날 그는 오전 내내 전화기를 꺼놓았다. 경기 직후 “책임을 지겠다”라고 밝힌 소신과 거리가 먼 말 바꾸기. 물론 이는 일부 롯데 관계자도 다르지 않았다.
양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지난 시즌 선수단을 2위로 이끌었다. 올 시즌에는 4번 타자 이대호와 에이스 장원준의 이탈에도 선수들을 4위로 이끌며 롯데의 ‘가을야구’ 행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는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감독은 우승하지 못하면 다 똑같다. 준우승하고도 잘리는 자리”라는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졌다. 스포츠동아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직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면 자진사퇴하겠다”라는 의사를 구단에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장병수 대표이사는 지난 1월 7일 시무식에서 “20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창피하고 남사스러운 일인데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의 한을 풀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재후 단장은 포스트시즌 중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승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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