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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거세' 하면 오래산다는 그 말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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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환관, 양반보다 14년 더 살았다. 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조선시대 환관은 양반보다 무려 14년 이상을 더 오래 살았다. 국내 연구진이 16세기 중반~19세기 중반까지 81명 환관의 수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명은 70세였다. 같은 시대 양반들 2589명의 수명을 봤더니 51~56세로 나타났다. 조사한 81명의 환관 중 세 명은 100세까지 살았다.

이번 연구는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원인이 '남성호르몬'에 있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남성 호르몬은 심장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중년이후 남성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항노화제 개발을 통해 수명연장이 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성의 짧은 수명 원인 규명=이번 논문은 조선시대 환관들의 족보를 기록한 '양세계보'와 양반들의 족보를 분석한 결과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역사자료를 분석한 특이한 연구 논문이다.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에 비해 약 10% 짧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두고 생물학계는 여러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이 중 하나가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남성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가설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민경진(좌)과 이철구 교수.[사진제공=교육과학기술부]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민경진(좌)과 이철구 교수.[사진제공=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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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거세'가 수명을 연장한다는 이 가설은 지금도 논란이다. 사람의 거세가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 '영향이 없다'를 두고 상반된 사례가 존재한다. 환관과 양반의 수명을 비교한 이번 결과는 '거세'가 사람의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이번 연구팀에는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민경진 교수(42세)와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철구 교수(46세)가 주도하고 국사편찬위원회 박한남 연구원이 참여했다.

민 교수는 "중국 등에도 환관은 존재했지만, 입양을 통해 대를 이은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해 가능했던 연구"라며 "앞으로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적은 표본은 한계=이번 연구는 비록 주목할 만한 성과에도 아쉬운 대목도 있다. 우선 표본이 된 환관들의 숫자가 81명에 불과하다. 민 교수는 "출생과 사망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있는 환관이 기록상으로 81명밖에 되지 않았다"며 "더 많은 통계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부분은 한계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대상이 된 환관들의 족보인 '양세계보' 기록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민 교수는 이에 대해 "기록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서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등 신뢰의 위험성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25일 생명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최신생물학(Current Biology)'지 최신호에 'The lifespan of Korean eunuch'라는 논문으로 발표돼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앞으로 과제는=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성과와 함께 드러난 한계점을 보완키 위해 앞으로 타 국가에 대한 비슷한 자료를 검토해 연구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환관이 존재했던 나라들은 많다. 이웃국가인 중국을 비롯해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도 환관이 존재했다. 이집트에도 환관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민 교수는 "다른 국가들에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결과를 보이는지, 그렇지 않은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남성 호르몬 조절이 수명에 끼치는 영향을 입증하는 여러 가지 사례를 연구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성 호르몬이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에 따라 호르몬을 조절하더라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성욕감퇴 등 여러 가지 사이트임팩트(부작용)가 발생할 수 있어 부작용까지 종합한 남성 수명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세로 수명연장, 진실과 논란"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거세가 동물에게서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인간의 '거세'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 임상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성 거세와 관련된 연구는 이번 연구결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세 건에 불과하다. '거세'로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여전히 과학계에서는 논란이고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거세가 수명 연장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미국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지난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의 관리를 위해 수백 명의 환자들을 거세했다. 그 결과 거세된 환자들의 경우 거세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평균 수명이 13년 더 길었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카스트라토 가수의 수명이 거세하지 않고 비슷한 명성을 가졌던 다른 가수들의 수명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 카스트라토는 변성기 이전에 거세를 함으로써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가수를 말한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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