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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리더學]유배지서 두 아들에게 쓴 편지 "성공하고 싶으면 1등을 따라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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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리더십 키워드 8-다산 정약용

조선 大학자가 가르친 노하우
18년 유배 동안 편지로 교육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아들아. 세상에 삐딱하게 서서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자는 없단다. 몸과 말, 얼굴빛을 바르게 하도록 해라." "아들아. 꼽추나 불구자, 허약해 쓸모없는 이라 하더라도 적합한 곳에서 임무를 맡겨야 한단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이 편지의 작성자는 조선 후기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는 다산(茶山) 정약용이다. 그가 태어난 지 올해로 250년. 200년이 훨씬 넘은 오래된 서신들이지만 그 내용만은 낡지 않았다. 자식을 곁에서 지켜볼 수 없는 애틋한 부정 속에, 시대를 막론하고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들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다산은 1801년부터 18년간 유배생활 동안 두 아들 학연, 학유에게 100여통의 서신을 보냈다. 그는 서신을 통해 두 아들에게 끝없이 학문에 힘쓸 것과 근면 등을 반복해 강조했다.
다산은 한 서신에서 벼슬을 하지 못해 두 아들에게 논밭 등 재산을 줄 수 없음을 언급하며 "너희에게 가난을 벗고 잘 살 수 있는 두 글자를 알려 줄테니, 부적처럼 마음에 꼭 지니며 지켜라"고 말한다. 그는 "하나는 움직일 동(動)자이고 또 하나는 검소할 검(儉)자"라며 "이 두 글자는 기름지고 좋은 논밭보다 좋으며 일생동안 쓰고도 다 쓰지 못할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말한 동은 곧 부지런함이다. 그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아침에 할 일을 저녁으로 미루지 말며, 맑은 날에 해야 할 일을 비오는 날까지 , 비오는 날 해야 할 일을 맑은 날까지 끌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스로를 다스릴 것도 강조했다. 다산은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 세 가지도 못하면서 다른 일에 힘쓴다면, 비록 하늘의 이치에 통달하고 재주가 있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식견을 가졌다 할지라도 결국은 발꿈치를 땅에 붙이고 바로 설 수 없게 되고, 어긋난 말씨, 잘못된 행동, 도적질, 대악, 이단이나 잡술 등으로 흘러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산은 "남을 돌볼 여력은 없으나 극심히 가난하지도 않으니, 이는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처지"라며 "마음으로 남의 은혜를 받고자 하는 생각을 버리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하늘과 사람을 원망하는 병통도 사라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항상 공손하고 화목하며 삼가고 자기마음을 다해 다른 이들을 돕되 마음속에 보답받을 생각을 하지마라"고 강조했다. 이어 "훗날 근심걱정할 일이 생길 때 그들이 보답하지 않더라도 원망을 품지 말고, 가벼운 농담일망정 그 원망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지 마라"며 "이 말이 나오면 지난날 공과 덕이 재가 돼 날라간다"고 말했다.

다른 편지에서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귀하다고 하는 것은 정성 때문이니 전혀 속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하늘을 속이면 가장 나쁜 일이고, 임금이나 어버이를 속이거나 농부가 같은 농부를 속이고 상인이 동업자를 속이면 모두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 한 가지 속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자기의 입과 입술"이라며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생각해 입과 입술을 속이면 배고픔이 가신다"고 덧붙였다.

평소 학문에 힘쓸 것을 말하고 이를 몸소 실천했던 다산은 두 아들에게도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산은 "반드시 처음에는 경학을 공부해 밑바탕을 다진 후 역사책을 섭렵해 옛 정치의 득실과 잘 다스려진 이유, 어지러웠던 이유 등을 알라"고 했다. 또한 "옛 사람들의 글을 즐겨 읽고 우리 문학을 배척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우리 옛 일을 알지 못한 채 쌓인 학문은 엉터리라는 것이 다산의 주장이다.

다산은 "글씨를 잘 써서 이름을 날리고 싶으면 '왕희지나 왕헌지는 어떤 사람이냐' 로부터 시작하고, 부자가 되고프면 '도주, 의돈은 어떤 사람이냐' 의문을 갖고 노력하면 된다"며 "한 가지 하고픈 일이 있다면 목표 되는 사람을 한 명 정해놓고 그 사람의 수준에 오르도록 노력하라"고 말했다.

또한 "독서를 할 때에는 먼저 마음속에 확고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확고한 생각이란 학문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니, 독서를 할 때에도 학문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문에 뜻을 두는 경우에도 마음속에 확고히 해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한 후, "그것은 바로 효도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 답했다.

특히 차남 학유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는 "책을 읽되, 그냥 눈으로 읽기만 하는 것은 하루에 책 1000권, 글 100편을 읽을지라도 오히려 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 글자라도 두루 찾아보고 깊이 연구해 근본 뜻을 밝혀야 글 전체의 의미를 알게 된다. 매일 이러한 자세로 힘쓴다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뜻을 꿰뚫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서신에서는 두 아들에게 "옛날 어진 임금들은 사람을 쓰는 데 있어 적시적소에 배치하는 지혜가 있었다"며 "꼽추, 불구자, 허약해 쓸모없는 사람이라도 적당한 곳에 적절하게 용무를 맡겼으니, 이 점을 항상 고민하라"고 말했다. 다산은 "내가 장기에 유배가 있을 때 주인 성모씨는 다섯살 된 손녀에게 뜰에 앉아 소리를 질러 병아리에게 가는 솔개를 쫓게 하고 일곱살짜리에게는 긴 막대를 손에 들려 참새떼를 쫓게 했다"며 "5세 이상은 각기 할 일을 나눠주어 한 순간이라도 놀게 하지 않고, 한솥밥을 먹는 모든 식구들에게 각자의 임무를 줄 것"을 조언했다.

음주를 멀리할 것도 당부했다. 다산은 "술 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다 털어 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냐"고 반문했다. "술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얼굴빛이 홍당무처럼 붉어져 구토하고 잠에 곯아떨어져버린다면 과연 술 마시는 정취가 있겠냐"는 게 다산의 주장이다. 다산은 "폭음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기만 하면 폭사하기 쉽다"고도 말했다.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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