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아시아경제 신문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3년도 예산 편성의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엿새 뒤인 12일 박 장관은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수조원 규모의 재정융자사업에 민간금융기관의 돈을 넣겠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비전통적인 예산편성' 방식이다.
박 장관은 이걸 "이차(利差·이자 차액)보전 방식"이라고 불렀다. 은행 돈을 예산처럼 활용하겠다는 건데 이를테면 '민자(民資) 예산'인 셈이다. 이런 방식의 지원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정부는 적은 돈을 쓰면서 실제로는 큰 돈을 푸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재정건전성도 훼손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4조원이 들어갈 재정융자사업의 돈줄을 이렇게 바꾼다고 가정하면 은행 이자와 정부 이자의 차이가 1%포인트일 경우 400억원의 예산 만으로 4조원의 예산을 쓴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올해 정부 예산 325조4000억원 가운데 재정융자사업 예산은 27조4000억원 남짓이다.
은행 돈을 끌어다 예산처럼 쓰겠다는 생각은 재정건전성도, 경기 방어도 포기할 수 없는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묘안이다.
박 장관은 "이차보전방식을 사용하면 국가부채나 재정수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고민은 남는다. 은행들이 호락호락 돈을 꿔줄지 알 수 없다. 재정융자사업 대상은 대개 민간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개인이나 중소기업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대상자들이 쉽게 은행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날 박 장관은 9·10 경기부양책에 담긴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더 이상의 부동산 추가 보완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박 장관은 연말까지만 적용돼 '반짝 대책' 비판을 받고 있는 취득세·양도세 감면 혜택을 내년에도 줄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경험으로 비춰 볼 때 마지막 한 두 달에 실수요자들의 구매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용 기간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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