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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 수주는 '運찰제(운수낙찰) 눈찰제(눈치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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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과 상관없는 최저가경쟁에 부실만 키우는 셈
덤핑방지 저가심의제도도 허울뿐...유령회사 속출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상반기 한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 예정가는 2536억7982만원이었다. 최저가낙찰 방식이 적용된 이 공사에는 총 30개의 건설업체가 참여했다. 건설사들의 투찰률은 71.3%였다. 그런데 투찰가격을 살펴보면 1위부터 30위간의 차이는 고작 3000만원이다. 특히 17위업체와 18위 업체간 투찰금액 차이는 1381원밖에 나지 않았다. 사회간접자본시설 공사의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가격만으로 경쟁하다 보니 '운'에 의해 수주 여부가 결정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300억원 이상의 공공 건설공사에 적용되는 최저가낙찰제도. 2001년 최저가제도가 도입된 후 10년을 넘기며 일반화된 시공사 선정방법이다. 건설업계는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불리며 정착된 이 제도를 '운찰제'라고 힐난하고 있다.

발주기관들은 가장 낮은 투찰가를 써낸 업체부터 적정성 심사를 거쳐 수주여부를 판가름짓는데, 기술력과는 관계없이 다른 업체가 얼마를 써낼지 치열하게 눈치작전을 벌여 운이 따라야만 사업을 따낼 수 있어서다. 특히 최저가낙찰제도의 경우 덤핑 방지를 위해 저가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가격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는 틀에 변화는 없다.

대형공사에 주로 적용되는 설계시공일괄입찰이나 대안 입찰 방식도 설계 심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더라도 최근에는 입찰가격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4대강 건설공사에서도 설계에서 우수하게 평가받았으나 투찰금액이 높아 고배를 마신 건설사가 나오기도 했다.
가격 위주의 낙찰자 선정 방식은 국가 예산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최저가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설물의 품질 확보, 그리고 기술 혁신을 통한 건설산업의 대외 경쟁력 향상 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70% 초반 낙찰률은 적정한 공사 수익성이나 원활한 원ㆍ하도급 공생관계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저가 투찰 공사는 부실 시공이나 협력업체 부실화, 근로자 및 납품업체 피해 등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기도 했으나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는 않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ㆍ중ㆍ소형 건설사 누구나 관계없이 적절한 가격만 맞춰 내면 수주하게 돼 있어 기술력이나 설계능력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운만 좋으면 수주하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도외시되다보니 결국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양산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입찰 서류만을 전문으로 작성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다.

김재신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장은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예산절감 목적은 아니다"며 "최저가가 운찰제의 요소도 강하지만 가격을 기본으로 비가격 요소를 어떻게 배려하는냐의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건설업계는 '운찰제' 성격이 강한 최저가낙찰제 대신 순수내역(물량ㆍ공법 등을 건설사가 산정ㆍ제안)과 대안제시를 활성화하고 최저가격 중 비상식적인 가격에 대해서는 낙찰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고가치낙찰제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최고가치낙찰제는 가격 외에 기술력이나 품질, 공사기간 등을 종합평가해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자의 역량은 강화하고 운찰은 지양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가격중심에서 최고가치 방식으로의 전환하되 최고가치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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